영화 '뷰티풀데이즈' 주인공 젠첸 역 배우 장동윤

강도를 잡았더니 배우가 됐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배우 장동윤의 데뷔 '실화'다. 3년 전 한양대에서 경제금융학을 전공하고,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이었던 장동윤은 편의점 강도를 신고하고 한 방송사 기자와 인터뷰를 했고, 뉴스를 보고 찾아온 현재의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을 시작으로 첫 드라마 JTBC '솔로몬의 위증'부터 주인공 자리를 꿰차더니 KBS 2TV '학교2017',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 '미스터 션샤인'까지 승승장구하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미 안방극장에선 될성부른 떡잎으로 인정받은 장동윤에게 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서울에서 살아가던 탈북여성에게 14년 만에 아들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에서 장동윤은 이나영과 모자(母子) 호흡을 맞추며 극을 이끈다. 이나영의 6년 만에 복귀작,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뷰티풀 데이즈'에서 장동윤은 제 몫을 온전히 해내며 슬기롭게 첫 단추를 꿰는 데 성공했다.

▲ '뷰티풀 데이즈' 촬영을 마친 지 1년이 됐는데, 드디어 선보이게 됐다. 소감이 어떻나.

작품 속 제 모습에 대해선 100% 만족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아쉬운 부분은 남는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럼에도 많은 분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먼저 공개됐다. 그때 관객 반응은 어땠나.

태풍 때문에 예정됐던 GV도 진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많은 분이 와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울컥했다. 항상 마음가짐을 담담하게 하려 노력하는데, 부산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 그 중 어떤 말이 가장 가슴에 남았나.

눈빛에 감성이 들어가 있다는 평가가 감사했다. 그게 '뷰티풀 데이즈'를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었다. 1차원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 아직 신인이고, 데뷔하기 전까진 연기를 배운 적이 없는데. 그런 부분들은 누가 조언을 해주는 건가.

데뷔 초엔 스터디도 했는데 작품에 대해 직접적으로 분석을 해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없다. 그걸 누군가가 해준다면 제가 연기하는 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작품 속 상황을 고민하고, 내가 믿는 만큼 표현하는 게 맞는 거 같다.

▲ 이나영 '엄마'와의 호흡은 어땠나.

사실 이 작품을 처음 출연하겠다고 결정할 때 이나영 선배님이 이미 확정이 된 상태라 마음을 굳힌 부분도 있다. 같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었다. 실제로 뵙기 전엔 대선배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털털하시고 자상하시더라. 덕분에 긴장을 풀고 연기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촬영장에선 제 연기에 집중하기에 바빴다. 젠첸이라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 자체가 워낙 특수해서 제가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다. 인간으로서의 상처, 아픔에 이입했다. 하지만 과하지 않게, 과거의 경험을 끌어냈던 것 같다.

▲ 올해로 데뷔 3년차다.

이전엔 정말 힘들 때도 있었고, 고민도 많았는데, 지금은 이 일이 너무 재밌고 행복하다. 쉽다고 느껴져서가 아니라, 감정을 컨트롤하고, 여러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는 게 제 성향이랑 잘 맞는 것 같다. 초반엔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집중하고, 연기를 해야 하는 것들이 낯설었는데, 이젠 스스로 주위를 돌아보는 방법에도 익숙해진 것 같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연기를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많은 고민이 있지만, 배워나가는 과정속에 즐거움이 있다.
▲ 평범하게 대학 생활을 마쳤기 때문에 이미 '군필'이다. 또래 배우들과 비교해 큰 메리트 아닌가.

확실히 연기하는 친구들과 비교하니 안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 저는 이 일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남들 갈 때 다녀온 건데, 연기를 하게 되면서 일을 끊기지 않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저에게도 좋은 일인 거 같다.

▲ 이전까지 연기자라는 길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소속사에서 찾아왔을 때 바로 수락한 이유가 있을까.

영화를 좋아하고 연출을 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영화아카데미를 알아보기도 했다. 시를 많이 쓰고, 입상 경력이 있어서 문예창작영재교육원에서 수업을 들었는데, 시나리오를 썼던 친구들에게 관심을 갖고 같이 써보기도 했다. '감독은 업, 시는 취미' 이런 생각을 잠깐 했었다.(웃음)

▲ 그런데 전공은 실용학문이다.

시를 쓰고 싶어서 수시는 국어국문과로만 지원했는데, 다 떨어졌다. 정말 붙을 거라 생각했던 대학에 수능 일주일 전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러고 정시에 지원하려고 하니, 그땐 어른들이 "경제학과에 가면 시를 쓸 수 있지만, 국문과에 가면 경제를 할 수 없다"는 조언을 하며 말리시더라. 현실적인 말들에 그렇게 맞춰 대학에 갖고 그 후론 학과 분위기도 그렇고 시를 쓰지 않게 됐다.

▲ 그랬던 부모님이 '저 연기자 할래요'하니까 반대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게 또 의외였다. 저는 엄청 반대하실 거라 생각했다. 각오를 하고 말씀을 드린 건데 '네가 하고 싶으면 하고, 어차피 재수도, 휴학도 안 했으니까 2년, 3년 하다가 안 되면 돌아와도 된다'고 하시더라.

▲ 연기를 하기로 결정한 후 살도 많이 감량했다고. 첫 미팅 후 한 달만에 10kg을 뺀 근성을 보고 회사에서도 바로 계약을 진행했다더라.

제가 한 번 의욕이 불타오르면 제대로 하는 스타일이다. 살을 빼는 것엔 방법이 없다. 그냥 굶는 거다. 독하게 굶었다. 머리가 어지럽기도 하고. 지금은 거기서 5kg 정도 더 뺀 상태인데, 그렇게 빼고 나니 입맛이 사라졌다. 그래서 계속 유지가 되는 것 같다.

▲ 그동안의 작품들이 좋은 평가는 받았지만, 흥행엔 아쉬움이 드는 부분도 있다.

그 욕심도 굉장히 컸다. 흔히 말하는 배우로서의 성공에 집착했다. 어쨋든 이 일은 대중예술이고,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거니까.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면 배우라는 존재의 이유도 없다 보니 사랑받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집착하고, 실수에 집착하니 제 자신이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해야겠다' 싶었다. 그때부터 성공보다는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중간중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웃음) 그런데 진짜 지금은 안한다. 한땐 안정적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삶을 원했던 적도 있다. 취업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땐 '내 삶은 언제 평탄해질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취업한 친구들을 보면서 이 일이 저한테 잘 맞는것 같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사진 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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