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메 2018' 그랑갈라 출품

'한반도 재래돼지' 이한보름, '화식 칡소' 김영길
'방목 한약닭' 조성현, '서해 자숙 지리멸' 홍명완
'광양 120일 황매' 구이란, '기막힌 토마토' 원승현
'갓 캐낸 꼬마 감자' 권민수

셰프·미식가 "맛·품질에 감동"

“누가 요리했는지에만 집중하지 말고, 이제 어느 지역에서 누가 생산한 식재료인지 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미식입니다.”

이한보름 김영길 조성현 홍명완 구이란 원승현 권민수 등 한국 최고의 식재료를 생산하는 스타 농부 7명이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하모니볼룸에 모여 한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세계적인 셰프가 펼치는 미식 축제 ‘서울고메 2018’의 하이라이트 그랑갈라에 식재료를 공급하고 함께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였다.

올해 8회째를 맞은 서울고메는 한식의 맛과 한국 식자재의 우수성을 알려온 행사다. 올해는 7~11일 ‘지구를 살리는 식탁’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초청한 스타 셰프들은 호주의 댄 헌터, 스페인의 마카레나 데 카스트로, 페로아일랜드의 파울안드리아 지스카 등이다. 그랑갈라에는 이운경 남양유업 고문, 권붕주 파르나스그룹 대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박남주 풀무원식품 대표, 김병종 한국화가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그랑갈라에 등장한 프리미엄 식재료는 모두 7가지다. 포항 송학농장(대표 이한보름)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반도 재래돼지를 키우는 곳이다. 1년에 40여 마리만 특별 주문받아 출하하는 귀한 식재료를 생산한다. 충남 홍성의 다정수산(대표 홍명완)은 서해에서 갓 잡은 지리멸(멸치)을 배 위에서 바로 자숙해 말리지 않은 ‘서해 자숙 지리멸’로 일본에서도 소문이 났다. 이외에 사료가 아니라 여물을 먹여 키우는 아산 아침목장(대표 김영길)의 토종 얼룩소 ‘화식 칡소’, 젊은 농부와 아버지가 산야초 20가지를 발효한 사료를 먹여 방목하는 안성 조아라농장(대표 조성현)의 ‘한약닭’, 매실나무에서 120일간 자연 숙성한 수향농원(대표 구이란)의 ‘광양 120일 황매’, 1년 전 예약해 먹는 영월 그래도팜(대표 원승현)의 ‘기막힌 토마토’, 원주에서 나는 구슬 모양의 감자를 재배하는 록야(대표 권민수)의 ‘갓 캐낸 꼬마감자’ 등이다.

기존 미식 행사들이 ‘셰프의 명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행사는 ‘생산자’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의의가 있다. 7명 농·어부의 공통점은 사라져 가거나 만들기 어려운 식재료, 단기간에 수익이 나지 않지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농·축·수산물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조아라농장의 한약닭은 20가지 산야초를 직접 캐 한 달간 발효한 바실러스균이 포함된 사료를 먹인 닭이다. 조성현 대표의 부친인 조이형 대표가 1989년부터 고집해온 이 방식은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에서 도입하기도 했다. 꼬마감자를 들고 온 농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록야의 권민수 대표는 “대중이 많이 모인 자리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외국 셰프들의 해석이 신선했다”고 했다.

그랑갈라에서는 재래돼지와 비트루트 테린(고기를 다져 차게 식힌 전채요리), 토종닭과 꼬마감자를 곁들인 스테이크, 칡소와 버섯 스테이크 등이 선보였다. 자숙 멸치를 올린 생대구 요리도 나왔다. 외국 셰프들은 극찬을 이어갔다. 스페인의 미쉐린 스타 셰프 마카레나 데 카스트로는 “수산시장은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한국은 활어를 볼 수 있어 아쿠아리움을 방불케 했다”며 “특히 재래돼지의 품질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 감동받았다”고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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