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테이블에 '車 관세' 버튼

한국·일본·유럽 '핵심 타깃'…FTA와 별개로 부과 검토
EU 수뇌부 美와 긴급회동…멕시코·캐나다는 한숨 돌려
미국 상무부가 12일(현지시간)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를 물릴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상무부와 법무부, 재무부 등이 중국의 ‘기술 절도’에 맞설 새로운 전투계획을 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중간선거(지난 6일)가 끝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전쟁에 다시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과 관계 부처는 상무부가 수입차(부품 포함)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작성한 ‘미국의 건실한 산업을 보장하기 위한 권고안’ 초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13일 통상팀 고위 관료들과 관세 부과를 논의할 예정이다.

보고서 결론은 알려지지 않았다. 핵심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는 유럽, 일본, 한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한 연설에서 “유럽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유예가 올해 말 끝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번주 워싱턴DC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날 예정으로 타협점을 찾을지 관심을 끈다.

일본도 초비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무역에서 미국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며 “일본은 매우 낮은 관세로 수백만 대의 차를 미국에 보내면서 우리 차는 안 가져간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은 지난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면서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 요구를 대폭 수용한 만큼 한국 차에 대해선 고율관세를 면제해 달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답을 받지 못했다.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지난 5월부터 수입차에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를 검토해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제품에 대해 수입을 제한하거나 최대 25%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조항을 앞세워 올해 초부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다.

주요 자동차 수출국 중 멕시코와 캐나다 정도만 한시름 돌린 상태다. 이들 국가는 지난 9월 미국과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하면서 각각 연간 260만 대까지 관세 예외를 인정받았다. 이들 국가는 지난해 미국에 각각 200만 대 미만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기술 절도' 中에 파상공세 준비

지재권 본게임 이제 시작…범연방정부 협조체제 구축
푸젠진화 유사사례 찾는 중…걸리면 수출 통제·사법처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도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세전쟁’에 이어 지식재산권 분야까지 대중(對中) 전선을 넓힐 계획이다. 첨단 기술에 대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기술 절도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적 처벌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미 행정부가 미국 D램 제조사 마이크론의 기술을 훔친 혐의로 중국 국유기업인 푸젠진화를 제재한 게 신호탄이라고 WSJ는 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푸젠진화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의 50%가량을 장악한 미국 기업과 푸젠진화의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어 이달 1일엔 미 법무부가 푸젠진화와 관계자들을 기술 절도 혐의로 기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푸젠진화 사례처럼 상무부를 중심으로 법무부, 재무부 등이 협조 체제를 구축해 중국의 기술 절도에 대응할 방침이다. WSJ는 “미 관료들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도와 싸우기 위해 (푸젠진화의 경우와) 비슷한 다른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기존의 수출 통제가 이란, 북한 같은 국가에 물품을 보낸다거나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위 등에 대해 협소하게 활용됐지만 앞으로는 그 적용 범위를 대폭 넓히겠다는 게 취지”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을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주도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지난 9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경제 안보는 곧 국가 안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 생각”이라며 “중국이 이익을 내는 건 다른 나라의 기술을 훔치기 때문”이라고 맹비난했다.

미 국방부도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미국의 제조업, 방위산업기지, 공급망 복원에 대한 평가와 강화’ 보고서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현대화, 무역 분야에서 아시아 주요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불공정 무역 관행 등이 미국의 제조업과 방위산업 기반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