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2030선까지 밀려

외국인, 4거래일 만에 '팔자'
반도체·휴대폰 부품株 '뚝뚝'

"코스피 2000선 바닥론 힘 잃어
섣부른 저가매수보다 관망을"
애플의 실적 쇼크에 한국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반도체 고점 논란까지 재부각되면서 불안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믿었던 미국 시장마저 기업 실적 때문에 흔들리자 투자자의 고민도 깊어졌다. 그동안은 내년 상반기부터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점차 반등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늘고 있다.

외국인, IT 대형주 ‘팔자’

13일 코스피지수는 9.21포인트(0.44%) 내린 2071.23에 마감했다. 외국인투자자가 4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서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03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장 초반 코스피지수는 2030선까지 급락했다. 애플이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밑도는 성적을 발표하며 폭락하고, 씨티그룹이 반도체 업종의 부정적 전망을 발표한 것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831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65,500700 -1.06%)(551억원) 삼성전기(109,0003,000 -2.68%)(322억원) LG이노텍(92,2001,200 -1.28%)(137억원) 등 반도체, 휴대폰 부품주를 팔아치웠다.

장중 2% 넘게 빠졌던 주가는 오후 들어 중국 증시가 보합세를 보이면서 낙폭을 줄였다. 이달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이 실무회담을 한다는 소식 덕분이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은 미국 기술주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애플 실적이 악화하며 직격탄을 맞았다”며 “이번주 엔비디아 실적 발표 때까지 IT 업종의 변동성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어적·역발상 전략 짜야

전문가들은 당분간 반등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방어적인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국내외 기업 실적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투자 여건이 나아질 만한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내년 지수 밴드하단을 1950으로 제시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국내 내수 경기가 부진한 데다 미국 금리인상,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등 외부 악재도 해소되지 않아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진 주식시장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닥을 확인한 뒤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장이 추세적으로 오른다는 신호가 나왔을 때 투자해도 된다”며 “이달 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해 양국의 환율정책, 지식재산권 협상 등의 결과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한다면 단기적으론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배당주에, 장기적으론 실적 개선이 뚜렷한 성장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분석이다. 오 부장은 “내년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이 진정되면 주식시장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 SK텔레콤, 삼성SDI 등 성장주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역발상 투자’가 필요한 때라는 견해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좋아질 종목을 찾지 말고, 더 나빠질 게 없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며 2~3년 전 고점 대비 80~90% 가까이 하락한 SPC삼립 등 음식료 업체, 한샘 등 건자재 회사, 한세실업 등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 등을 추천했다.

강영연/김동현/노유정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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