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결제은행(BIS) 이사회의 신임 이사로 선임됐다. 이 총재는 40년 만에 연임한 한은 총재이자 한국이 1997년 BIS에 가입한 후 첫 이사로 금융사에 한 획을 긋게 됐다. 이번 BIS 이사 선임은 이 총재가 2014년부터 BIS 총재회의와 주요 현안 논의에 기여한 점이 인정받은 결과란 후문이다.

한국은행은 이 총재가 11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 BIS 본부에서 개최된 정례 'BIS 이사회(Board of Directors)'에서 신임 이사로 선출됐다고 13일 밝혔다. 이 총재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되며 BIS 이사 임기는 3년이다.

BIS는 1930년 설립돼 현재 가장 오래된 국제기구로 60개국 중앙은행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BIS 이사회는 BIS의 전략과 정책방향 등을 결정하고 집행부 업무를 감독하는 실질적인 최고의사 결정기구다. 특정 국가 또는 지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글로벌 중앙은행 차원에서의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BIS 이사회는 현재 창립회원국 총재로 구성된 당연직 이사, 당연직 이사가 선출하는 지명직 이사, 이사회가 일반회원국 총재 중에서 선출하는 선출직 이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19년부터 지명직 이사 인원을 기존 5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대신 선출직 이사를 1명 늘렸고, 이 총재가 그 자리에 선임됐다. 이 총재는 이번 이사 선임 과정에서 러시아와 호주 등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합을 벌인 끝에 한은 총재로는 처음으로 BIS 이사를 맡게 됐다.

이번 선임에 대해 이 총재가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BIS 총재회의 및 주요 현안 논의에 기여한 점이 인정받은 것으로 한은 안팎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이 총재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만큼 영어로 주요 업무와 의사소통을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1999년부터 3년간 한국은행 미국 뉴욕사무소에서 근무했고, 해외조사실장 등도 역임했다.

이에 주요 국제회의 참석 시에도 별도의 통역을 대동하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발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BIS 총재회의도 별도의 통역 없이 출장길에 올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 총재의 BIS 이사 선임으로 향후 의제설정자(agenda-setter)로서 국제금융 현안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며 "평소에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현안 이슈 등에 대해 대면 또는 유선으로 언제든 직접 협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영어로 심도 있는 소통이 어렵다는 의견과 함께 향후 향보에 우려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의 영어실력에 대해 "원어민 만큼 뛰어나지는 않지만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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