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고갈시기, 기존처럼 2057년
고갈 후엔 재정으로 메울 계획

미래 세대에 부담 전가 '논란'
‘조금 더 내고, 더 받는’ 식의 국민연금 개편을 주장하는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청와대 사회수석에 임명됨에 따라 정부가 ‘김연명식(式) 개혁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을 현행 45%에서 50%로 끌어올리되, 보험료율은 9%에서 10%로 1%포인트만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대통령에게 국민연금 개혁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받은 보건복지부가 김 수석의 이론을 반영해 소득대체율은 크게 올리되, 보험료 인상폭은 최소화하는 방식의 수정안 마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 ‘소득대체율 40~50%+보험료율 12~15%’ 등을 담은 세 가지 개혁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김 수석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다며 50%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대신 보험료율은 1%포인트만 올려도 된다는 게 김 수석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 고갈 뒤엔 그해 연금 지출에 필요한 만큼 보험료를 걷는 ‘부과 방식’으로 가거나 부족하면 재정으로 메우자는 게 기본 가정이다. 그는 2015년 연금개편 논란 때도 같은 주장을 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 고갈 뒤 급격한 보험료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2057년 연금 고갈 후 부과 방식으로 바뀌면 보험료율을 25% 수준으로 급격하게 인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이유로 김 수석의 주장에 대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미루는 것”이라고 반대해왔다.

김연명 기용위해 '경제 투톱' 앞당겨 교체?

예산시즌 경제사령탑 교체 왜?
文의 '덜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
김연명 주도로 마련하기 위해 정책실장·부총리 연쇄적으로 교체

김연명式 개편 "어차피 고갈된다"…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0%

전문가 "국민연금 고갈 뒤에 보험료 급격한 인상 우려"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연금 개편의 밑그림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임명되면서 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국민연금 개편안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실상 ‘덜 내고, 더 받는’ 연금 구조를 원하는 문 대통령의 생각에 따라 소득대체율은 크게 올리되 보험료율은 찔끔 인상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김 수석 임명을 기점으로 이 같은 방식의 개혁안 마련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이 원하는 연금 개편 추진
정부 안팎에선 지난 9일 전격적인 1기 경제팀 교체를 놓고 이런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국민연금 개편안을 김 수석 주도로 마련하기 위해 그를 사회수석으로 기용하면서 연쇄적으로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교체 인사까지 앞당겨진 것이란 해석이다. 김동연 부총리-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론은 지난달부터 제기됐지만, 관가에선 11월은 국회 예산 심사가 한창인 점을 들어 예산 처리가 끝난 12월 중순 교체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안 국회 제출 시한(10월 말)을 넘긴 것이 변수가 됐다. 정부 관계자는 “김 수석을 급하게 앉히는 것과 맞물려 김수현 사회수석을 정책실장으로 승진 임명하려면 장하성 정책실장의 교체가 필요했다”며 “장 실장만 먼저 내보내면 소득주도성장 실패를 자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청와대가 김동연 부총리까지 동시 교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 바뀌나

‘김연명 식(式)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조금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당초 복지부가 제시한 안(案)보다는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다. 우선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을 50%로 높여 국민들이 노후에 더 받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김 수석은 또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되 보험료율은 1%포인트만 인상해도 된다는 생각을 교수 시절 줄곧 밝혔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보다 덜 내도 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복지부는 지난 7일 문 대통령에게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13%로 4%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했다가 재검토 지시를 받았다. 문 대통령이 보기엔 보험료율 인상폭이 너무 크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 수석의 이론이 대통령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덜 내고, 더 받는’ 묘책은 없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 고갈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수석은 국민연금 고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김 수석의 이론은 우선 ‘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0%’ 체계에서도 기금 고갈 시기는 기존 제도 아래서의 전망(2057년)과 같다는 계산에서 출발한다. 보험료율을 1%포인트라도 올리면 적립금은 빨리, 크게 느는 데 비해 소득대체율 상향에 따른 적립금 감소 효과는 그보다 천천히, 조금씩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 수석은 국민연금이 고갈될 경우 이를 받아들이고, 고갈 뒤엔 그해 연금 지출에 필요한 만큼 보험료를 걷는 ‘부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모자란 부분은 재정으로 메우면 된다는 구상이다.

반대하던 복지부, 난감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민연금 고갈 뒤 급격한 보험료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8월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보면 2057년 적립금 고갈에 따라 부과식으로 전환할 경우 보험료율을 25%로 인상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복지부는 김 수석이 교수 시절 내놓은 주장에 대해 “소득대체율 인상의 부담을 자식 세대에게 완전히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이제는 입장을 바꿔야 할 처지가 됐다. 정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험료율을 더 올려야 한다고 보고했다가 퇴짜 맞은 점을 감안하면 최종 정부안은 사실상 김 수석 주도로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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