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지금도 자살 주장…대국민 사죄해야" vs "불법행위 없어"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의문사한 고(故) 김훈(당시 25세) 중위의 유족이 "국가가 뒤늦게 순직 처리를 하고 아직도 '자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억대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이동욱 부장판사)는 9일 김 중위 부친 김척(76·육사 21기·예비역 중장) 씨 등 유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김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근무 중이던 최전방 GP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 수사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권총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언론 등에서 타살 가능성이 제기됐고, 국방부 특별조사단까지 편성돼 사건을 재조사했지만 자살이라는 군 당국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이후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006년 대법원은 군 수사기관에 초동수사 부실로 인한 의혹 양산의 책임이 있다며 국가가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2년엔 국민권익위원회가 김 중위의 순직을 인정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고, 국방부는 지난해 8월 "소대장으로서 임무 수행 중 '사망 형태 불명의 사망'이 인정된다"며 그를 순직 처리했다.

권익위 권고 후 5년, 그가 숨진 지 19년 만이었다.

이에 유족은 올해 6월 순직 지연 처리 등을 이유로 국가에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 측 소송대리인은 "2006년 대법원 판결에 김 중위 사건이 '진상 규명 불능'으로 나왔음에도 국방부는 계속 자살로 인정했다고 해석하면서 국정감사 등에서 말하고, 순직을 거부해왔다"고 주장했다.

김씨도 이날 법정에 직접 나와 "20년 동안 국방부가 자살로 몰아왔고, 국가기관이 자살이 아니라고 판단하니까 국감에서 '자살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어떻게 순직처리 할 수 있느냐'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재판을 하는 것은 손해배상이 근본적인 목적이 아니다"면서 "명백히 타살인데 수사의 잘못을 덮기 위해 지금도 자살이라 주장하고 있다.

진상을 밝히는 것이 아버지의 임무"라고 말했다.

또 "국방부가 무릎을 꿇고 대국민 사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측은 "당시 진상규명 불능으로 판단했다 해도 군 내부적으로는 순직이 안 되는 것으로 해석한 것 같다"며 "어찌 됐든 당시 자살로 결론이 났고, 그런 결론을 지어서 순직 거부한 것만으로는 불법 행위를 구성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판부는 국가 측에 대법원 판결, 권익위의 순직 권고가 나온 다음에도 공무원이 계속 자살이라고 표명하고 다녔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 측과 합의할 생각이 있는지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씨는 "저는 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 변론기일은 다음달 21일 오후에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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