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편안 초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보험료율 인상 부분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가 보고한 세 가지 개편안은 모두 9%인 보험료율을 12~15%로 올리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복지부는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거나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보험료 인상 말만 나오면 유독 강경해지는 이유는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보험료까지 올린다고 하면 거센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일 것이다. 벌써 청와대 청원 게시판 등에는 인상에 반대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현행대로 갈 경우 국민연금은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60대에 접어드는 2057년 완전히 고갈된다. 제도 자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언제 어떻게’의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사실상 ‘보험료 인상 불가’ 지침을 내린 것은 ‘님트’(NIMT: not in my term, 인기 없는 정책은 내 임기 중에만 안 하면 그만)라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소득대체율 인상(45%에서 50%로)을 위해서는 더더욱 보험료 인상을 피할 수 없다. 일각에선 재정 지원방안을 거론하지만 결국엔 막대한 증세가 따라야 하며 이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시킨다는 점에서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관련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 자체의 생존이다. 생존을 가르는 것은 당장의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다. 지금 욕먹지 않겠다고 개편을 자꾸 미루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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