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논란…"범정부 아닌 '환경부 대책', 부처 협의 아쉬워"
비상저감조치 민간부문 확대…세부내용은 "지자체가 각자 알아서"

정부가 8일 발표한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 중에서 국민 삶과 가장 밀접한 내용은 '경유차 감축'이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경유의 높은 연료 효율을 이유로 경유차를 늘리기 위해 추진한 '클린디젤(경유)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경유차 중에서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일부 경유차를 '친환경 차'로 인정해 제공했던 주차료, 혼잡 통행료 감면 등 혜택을 이번에 없앴다.

약 95만대가 이에 해당한다.

경유차가 줄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이 현재 시행 중인 다른 정책과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지난 6일부터 6개월간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에 부과하는 유류세를 15% 인하한 것이 이번에 발표한 대책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서민의 부담 완화를 위해 경유 등에 붙는 세금을 인하한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마치 기획재정부가 경유차를 포함한 자동차를 더 타라는 시그널을 보낸 뒤 환경부가 경유차를 줄이겠다는 발표한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클린디젤 정책'으로 국내 경유차 비율은 2011년 36.3%에서 2014년 39.4%, 지난해 42.5%로 뛰었다.

지난해 전국 자동차 2천253만대 가운데 경유차가 958만대에 달한다.

하지만 경유차 중에서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경유차라고 해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은 물론이고 휘발유차보다는 미세먼지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

경유차는 전체 자동차 미세먼지 배출량의 약 9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교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가 좁혀져야 소비자가 경유차를 선택하는 비율이 확 줄어들 텐데, 이번 대책에 가격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세금 대책은 빠져 있다"며 "결국 범정부 대책이 아닌 환경부만의 대책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대형 화물차 등에 지급되는 유가보조금도 이번 경유차 감축 대책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3년 세제 개편으로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이 56%에서 85% 수준으로 높아지자 정부는 비용 부담이 커진 화물차, 버스 업계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경유차에 주는 유가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줄여 그 예산을 대형 경유차를 압축천연가스(CNG) 차로 바꾸는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민간 의무 참여를 확대하면서도 구체적인 시행 방법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자율적으로 맡긴 점도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PM-10)를 측정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PM-2.5)를 측정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다.

객관적 데이터가 없어서 단정하긴 힘들지만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종합적인 대기의 질은 과거 고도 성장기인 1970∼1980년대가 현재보다 더 심각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과거 일상 생활 속에서 연탄이나 나무를 태울 때 나오던 연기가 다 미세먼지"라며 "30∼40년 전보다 대기 질이 악화하지 않은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기 오염에 대한 이해도가 커져 국민의 경각심이 커졌다고 이 전문가는 덧붙였다.

대기 질이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때보다 오히려 나아졌는데도 체감도가 높아져 예전보다 훨씬 더 나빠졌다고 느낀다는 얘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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