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대책 촉구 국민청원 70건

'비소' 백신 日선 그대로 접종
식약처는 수입 백신 모두 회수
"접종현황 등 구체적 설명 없어
국민 혼란만 키웠다" 지적

"수입의약품 관리체계 강화를"

일본에서 수입한 영아용 BCG 경피용 백신에서 독극물인 비소가 검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BCG 백신의 피해 현황 점검과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 70여 건이 올라왔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문제가 된 제품을 회수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지난 7월 발암물질이 들어간 중국산 발사르탄 사태에 이어 제약 선진국인 일본에서 제조한 백신에서도 유해물질이 나오면서 수입 의약품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따르는 유해 의약품 사태

이번에 문제가 된 BCG 경피용 백신은 생후 한 달 내 영아가 맞는 결핵 예방 주사다. 면역력이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접종하는 백신이어서 안전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식약처가 해당 백신을 회수한 것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산 발사르탄 문제와 마찬가지로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행정조치부터 시행해 국민의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다.

이번에 회수된 일본 BCG 제조사가 만든 경피용 백신에서는 비소가 0.039㎍(0.26ppm) 검출됐다. 체중 5㎏ 영아의 하루 허용 기준치인 1.5㎍의 38분의 1 수준이다. 비소는 백신이 아니라 접종 전 백신을 녹일 때 사용하는 생리식염수에서 발견됐다. 경피용 백신은 백신과 용제, 접종용 침으로 이뤄진다. 이중 용제 앰풀을 소독하기 위해 가열처리하는 과정에서 비소가 소량 녹아나온 것이다. 해당 백신은 일본 국립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의 건강영향평가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후생성은 기존에 생산된 제품은 그대로 접종하도록 하고 제품 회수 없이 제조소 출하를 정지했다.

반면 식약처는 국내 수입된 백신을 모두 회수했다. 일본과 달리 국내에는 경피용 백신의 대체재인 피내용 백신이 있어서다. 일본은 경피용 백신밖에 없어 제품을 회수할 경우 신생아에게 결핵이 확산될 위험이 있다.
국내 백신 제조업체 관계자는 “제조국인 일본에서는 혼란이 크지 않은데 국내에서만 제품이 회수되다 보니 국민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BCG 백신의 비소 검출량과 경위, 회수 배경을 자세히 알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미흡한 보건당국 사후 대처

보건당국의 미흡한 사후 대응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식약처는 비소 검출 백신의 제조사, 제조번호, 유효기간을 공개했을 뿐 국내 접종자 현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백신을 접종했는지를 확인하려면 부모들이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에서 제조번호를 검색해야 한다.

회수된 백신을 맞았더라도 현재로선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경피용 백신을 맞힌 부모들은 영유아의 체내 비소 검출 검사를 통해 유해성을 파악하고 피해 현황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경피용 BCG 백신은 7만~8만원의 고가 백신이라는 점에서 제조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이나 피해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의약품 수입통관 절차와 기준, 품질관리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수입약 비중이 50%가 넘는 한국은 글로벌 의약품 안전성 문제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국제 공조 체계뿐만 아니라 검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