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클래스
오치아이 요이치 지음 / 김정환 옮김
민음사 / 186쪽│1만3800

원크리에이터의 생각법
폴 슬론 지음 / 강유리 옮김
현대지성 / 280쪽│1만3800원

독점적인 지적자원 앞세워 성공
화이트칼라보다 상위에 있어
AI를 '제2의 신체'로 활용

인간은 갖고 있지만 컴퓨터가 가지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의지와 관련 있는 근성이나 끈기를 떠올리는 이들에게 서른한 살의 미디어아티스트인 《크리에이티브 클래스》 저자는 말한다. “근성은 레드오션이야. 그런 것으로 승부하려 해서는 안 돼.” 인간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컴퓨터는 전기만 있으면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성은 당연한 전제여서 그것을 내세워서는 시장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정답은 바로 동기(모티베이션)다. 그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고 싶다거나 무엇을 실현하고 싶다는 등의 동기는 언제나 인간 쪽에 있다”며 “강한 동기가 없는 사람은 컴퓨터에 ‘사용되는’ 쪽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서술한다. 책은 컴퓨터를 공포의 대상으로 부각시키기보다 인간의 장점과 인공지능의 강점을 어떻게 조합해 더 나은 다음 시대로 나아갈지를 모색한다.

기존 시장에서 노동자는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로 구분했다. 여기에 ‘크리에이티브 클래스’가 추가됐다. ‘창조적 전문성을 지닌 지식 노동자’라는 새로운 계층이다. 이들은 화이트칼라 상위에 있다. 독점적인 지적 자원을 기반으로 물리적 자본 없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이다.

컴퓨터를 보다 편리하거나 효율적인 수단으로만 대해서는 크리에이티브 클래스로 나아갈 수 없다. 저자에 따르면 컴퓨터는 전자제품이 아니라 제2의 신체이자 지적 처리를 행하는 뇌다. 인간은 세대교체를 통해 유전 구조를 수정하는 데 20~3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컴퓨터는 즉각 모든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한다. 여기에 스스로 학습하고 진보하는 딥러닝 기능까지 갖춰 인간의 삶과 사고방식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이다.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도록 익히는 것보다 컴퓨터가 번역하기 쉽게 논리적으로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낫다. 컴퓨터의 번역 기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이라며 “프로그래밍은 자신이 논리적으로 생각한 시스템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수학 문제를 풀 때 산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계산을 잘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 그것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고 논리적으로 시스템을 마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인간이 상호 보완을 통해 이전 인류를 초월하는 식으로 서로 간에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하지 못하면 결국 한쪽에 흡수되고 말 것”이라는 부분과도 맥이 닿아 있다.

모든 경계선이 파괴된 인터넷 시대엔 전 세계 사람이 같은 무대에서 경쟁한다. 이런 세계에서 크리에이티브 클래스로 올라서기 위해 저자는 자신에게 던져야 할 다섯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그것은 누구를 행복하게 하는가’ ‘왜 지금 그 문제인가’ ‘과거의 무엇을 계승해 그 아이디어에 도달했는가’ ‘어디로 가야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가’ ‘그것을 실현해 내기 위한 기술은 다른 사람이 달성하기 어려운 것인가’. 이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다면 그 일은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터의 생각법》은 그것을 실행에 옮긴 사람들의 사례를 분야별로 나눠 보여준다. 예술가형과 기업가형, 천재형과 발명가형, 이단아형과 선구자형 등으로 구분해 크리에이터 76명의 삶을 담았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와 IBM PC의 아버지로 꼽히는 돈 에스트리지는 이단아형,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기업가형, 차량공유 서비스를 하는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선구자형,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비전가형으로 분류했다.

각 장이 한 인물이어서 반드시 순서대로 볼 필요는 없다. 저자는 인물마다 그의 능력과 관련한 ‘인사이트 노트’도 따로 정리했다. 모리타 아키오 편에서는 ‘제거를 통해 혁신을 시도하라’, 다니엘 페터 편에서는 ‘혁신은 창조하는 동시에 파괴한다’는 명제를 풀어 설명하는 식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물을 다루려다 보니 한 사람당 3~4쪽밖에 할애하지 못했다. 크리에이터의 생각법은 물론 그의 생이나 에피소드를 담아내기에도 부족한 분량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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