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협약 총회서 중국 등 주장 예정
“유전자원 연구목적 이용할 때도 돈 내야”

국내 산업계, 반대 국제 네트워크에 참여
나고야의정서를 관할하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가 유전자원 이용에 따른 이익공유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익공유 대상에 토착 생물 유전자원의 상업적 이용 뿐만 아니라 연구 목적 이용도 포함할지가 핵심이다. 업계는 “해당 방안이 현실화하면 연구개발(R&D) 부담이 가중돼 생물자원 이용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CBD COP는 오는 13~29일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14차 회의를 열고 이익공유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논의한다.

나고야의정서는 특정 국가 토착 생물의 유전자원(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가공한 것)을 이용해 화장품, 의약품 등을 만들어 수익을 냈을 때 해당 국가와 수익을 공유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가입국은 100여개국이며 한국에서는 정부 서명과 국회 비준을 거쳐 지난해 발효됐다.

주로 풍부한 생물자원이 있지만 R&D 역량은 부족한 개발도상국이 이익공유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토가 넓어 다양한 생물종이 있는 중국, 브라질, 인도 등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특정 국가의 동·식물로 유전공학 연구를 하려면 해당 국가와 비용 지급에 대한 계약을 먼저 맺어야 한다. R&D를 마치고 결과를 상업화할 때 현행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계약을 또 맺어야해 이중계약 부담도 생긴다.

지금까지는 연구 목적 유전정보 이용에 아무 제약이 없었다. 국제핵산염기서열정보제휴(INSDC) 등 공유 데이터뱅크를 만들어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게 보통이었다.

생명공학 R&D가 활성화된 선진국 산업계는 이러한 시도에 반대하고 있다. 국제상공회의소(ICC) 등 58개 단체는 지난 7월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동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한국바이오협회, 대한화장품협회,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반대 네트워크에 참여키로 했다. 이들은 지난 6일 반대 네트워크에서 간사 역할을 하는 ICC에 참여 의사를 밝힌 뒤 같은 날 확인 통보를 받았다.

바이오협회 등은 8일 성명을 통해 “현재 디지털염기서열정보(유전자정보)는 전세계적으로 공공의 데이터로 운영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규제가 생기면 우리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이 돼 R&D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생물유전자원 제공국과의 이익공유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에도 이번 회의에서 반대 입장을 취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BD COP 일부 참가국은 이밖에 다른 규제를 신설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특허를 낼 때 유전자원의 출처를 공개토록 의무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라질, 인도는 해당 국가 국내법으로 이를 이미 의무화했는데 그 범위를 국제사회 전체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원산국을 기업비밀로 다루는 곳도 있어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산업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등은 “특정 생물자원에서 유전자를 추출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참조해 새 유전자 구조를 만드는 합성생물학 R&D 상품에도 출처를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자생식물 ‘팔각회향’에 대한 중국 정부와 글로벌 제약사 로슈 간 논쟁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로슈가 팔각회향의 유전자 구조를 참조해 조류인플루엔자 의약품 ‘타미플루’를 개발했다며 이를 제품에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로슈는 팔각회향을 직접 이용한 게 아니기 때문에 표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CBD COP에서 유전자원 활용 이익공유 범위가 실제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 CBD COP는 참가국이 만장일치를 해야 안건을 통과시키는데 이 방안에 반대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훗날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협약은 국가 간 협상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고 변수도 많기 때문에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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