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기업에 쌈짓돈을 덜컥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경닷컴>은 '깜깜이 투자'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비상장 기업을 찾아가 투자자들 대신 질문(Question)하고 기업공개(IPO) 계획, CEO 인터뷰,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이유 등 투자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보에 대해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하는 '레디 큐! IPO'를 만들었다. 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에도 참고할 수 있도록 청약 시기에 맞춰 주요 내용을 업데이트해 나갈 계획이다. [편집자주]

소년은 어머니를 따라 마트에 가는 날만 기다렸다. 마트 입구에 놓여 있던 오락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에게서 25센트를 받아 오락기 앞에 앉으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이었죠. 미국 생활을 한 덕에 또래들보다 조금 빨리 게임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마트 내에서 오락기로 즐길 수 있던 게임이 '팩맨'이었습니다. 노란색 원에 입을 벌린 캐릭터가 등장해 미로를 오가며 유령을 피해 먹이를 먹는 게임이었죠. 그 노란색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하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새가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마트를 다 돌고 나오는 것도 모른 채 게임에만 집중했던 이 소년은 커서 게임 회사를 차렸다. 게임이 좋아 게임 회사를 차린 것이다.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를 만든 김진수 베스파 대표(39·사진) 얘기다.

◆ "잘하는 것을 하자"

지난 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베스파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자유로운 옷차림에 잘 다듬은 턱수염. 김 대표는 여느 사장님들과는 외양부터 달랐다. 유행에 민감해 '트렌디'하고 '힙(유행을 선도하는)'해야 하는 게임업체의 특성을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2013년 5월 설립된 베스파는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인 킹스레이드가 인기를 끌면서 이름을 알렸다. 킹스레이드는 판타지 세계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하고 키워 모험을 즐기는 게임이다.

2016년 9월 태국에서 먼저 출시했다. 2017년 2월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정식 출시하며 국내 및 북미 지역에 게임을 선보였다. 김 대표는 "양대 마켓 매출 순위 5위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예산이 적어 마케팅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름없는 중소 개발업체의 쾌거에 게임업계는 놀랐다.

물론 성공 가도만 달린 것은 아니었다. 킹스레이드 출시에 앞서 먼저 내놓은 리듬액션게임인 '비트몬스터 for kakao'는 흥행에 참패했다.

"RPG 게임 개발 경험이 대부분이었던 개발자들이 생소한 장르에 도전한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첫 작품의 실패 후 "잘 하는 것을 해보자"는 목표로 개발에 뛰어든 게 킹스레이드다. 가장 먼저 출시했던 태국 시장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지만 김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을 고치고 다듬어 국내 및 북미 시장에 내놓자 소위 '대박'이 났다. 이후 동남아 지역과 유럽, 대만, 일본 등에 차례로 출시했다.

"갈수록 잘 되더군요. 일본에서는 출시 4개월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0위권에 들었습니다. 대만에서는 내놓은지 얼마되지 않아 플레이스토어 매출 2위를 기록했습니다. 흥행이 이어지면서 해외 150여국에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게 됐죠."
◆ "킹스레이드, 아직 즐길 거리가 많아요"

킹스레이드의 성공으로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시장에서는 "킹스레이드가 언제까지 가겠냐. 다른 콘텐츠는 없냐"는 우려가 슬슬 나왔다. 정식 출시한 지 1년8개월이 지났다. 수명이 짧은 모바일게임은 1년만 지나도 인기가 시들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게 세간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RPG 장르를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초창기에 나온 모바일게임은 단순한 게임 방법에 스토리 라인이 부재해 단기간에 인기가 꺾이는 추세를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RPG 장르는 다르죠. 캐릭터를 수집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이 길고 기존 캐릭터간의 새로운 조합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는 RPG 게임은 서비스가 장기간 이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김 대표는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새로운 캐릭터 및 에피소드를 매달 내놓는 노력이 전망을 밝게 한다.

"사실 유저들의 이탈은 어떤 게임이든 피할 수 없는 일이죠. '미스터션샤인' 같은 인기 드라마도 보는 동안은 재밌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 않습니까. 게임도 그렇습니다. 다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슈를 내놓아 기존 유저들이 떠나는 것을 막고, 새로운 유저들이 게임을 시작해보게 하는 것이 최선의 노력입니다."

김 대표는 "킹스레이드에는 아직 할 게 많아요. 재밌어요"라고 강조했다. 내년 2월이 되면 킹스레이드는 한국 출시 2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유저들을 위한 대규모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이달 중 전세계 유저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글로벌 대전이 시작된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는 킹스레이드 시즌 1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챕터가 나온다. 게임 초반 사라졌던 마왕이 다시 등장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이후에는 '킹스레이드 시즌 2'도 나온다.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PVP), 플레이어 대 환경(PVE)을 강화해 글로벌 유저 간의 장벽이 사라지는 형태의 게임이다. 킹스레이드 지식재산권(IP)를 이용한 콘솔(가정용 게임기)용 게임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2022년 공개 예정이다.

신규 게임도 준비하고 있다. 북미·유럽 등의 서구권 공략을 목표로 한 새로운 RPG 게임을 이르면 내년 2분기 출시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RPG게임도 제작 중이다 2020년 초에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당분간은 킹스레이드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매출 신장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킹스레이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매출 창출을 모색하는 형태의 경영 활동을 진행할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킹스레이드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조금은 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킹스레이드에 더해 신작으로부터 수익을 얻으면서 성장하는 것이죠."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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