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교사령탑 고노, 접점 모색 대신 '막말' 수준 비난 공세 앞장
일본 대응조치 발동 시 우리도 맞대응 불가피…"일촉즉발 상황"


일제 강점기 조선인 징용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에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형성된 양국 간 대립이 고조되며 정상외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달 중순 각각 싱가포르와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다.

이들 지역에서 잇따라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각각 주요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추진하지만,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징용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측에서도 일본 측에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타진하지 않았고, 일본 측도 한국 측에 회담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대신 이들 국제회의 기간 아베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의 정상회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제3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기간 개최했던 한일 정상회담을 조율조차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불러온 한일간 대립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불을 지피고 있다.

그는 일본의 외교사령탑인 만큼 양국 간 이견을 조정하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막말 수준의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징용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3일),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4일),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일하기 어려울 것"(5일), "폭거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6일)이라는 등 도발을 연일 감행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 이전부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방침을 흘리면서 우리나라를 압박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우리 정부의 조선업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일본 극우 국회의원들 모임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달 독도를 방문한 우리나라 의원들에게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근거를 대라"는 내용의 항의 서한문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정부는 물론 의원들까지 나서서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우리 외교부가 전날 밤늦게 일본의 대응을 공식 반박하고 나선 것은 일본 측이 이처럼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동시다발적인 공세를 펼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외교부는 "최근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문제의 근원은 도외시한 채, 우리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 행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부각하는 것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일본 정부가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같은 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일본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강경하게 대응을 계속하면 우리 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를 정점으로 한 일본 정부 분위기도 강경 일색이어서 양국간 대치는 접점을 쉽게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외교부의 비판에 대해 "한일 청구권협정은 사법부도 포함해 당사국 전체를 구속하는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는 시점에서 한국에 의한 국제법 위반 상태가 생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 정부에 대해 이런 국제법 위반 상태 시정을 포함해 즉각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한국 정부가 어떤 대응을 강구하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거듭 압박했다.

앞으로 일본 측이 우리 판결에 관해 대응조치라는 이름으로 보복조치를 발표할 경우 정 실장 등의 언급대로 우리도 맞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어 징용판결을 둘러싼 양국의 관계는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이다.

양국은 이번 징용판결 이전에만 해도 올해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발전시키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반대로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닫는 양상이다.

(취재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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