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편안 모두 '퇴짜'
대통령 대선 공약 반영한 (1)안
소득대체율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 두자릿수로 인상 불가피
국민 부담 가중…반발 우려한 듯

여권 일각선 '재정으로 충당'
"복지부 여론수렴 제대로 해라" 질책
기금고갈 방지·노후소득 보장
모두 다 충족시킬 '묘책' 없어
"미래세대에 짐 떠넘긴다" 비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민연금 개편안의 큰 방향은 ‘연금 수급액을 늘리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가지 모두 보험료율을 지금보다 최소 3%포인트에서 6%포인트까지 올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보고받는 과정에서 박 장관에게 질책성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복지부는 비상이 걸렸다.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 비율)을 유지 또는 인상하면서 기금 고갈 시기까지 늦추려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고, 다른 묘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보험료율 인상폭을 줄이는 방안으로 정부 재정 지원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재정건전성마저 악화되면 결국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 세대를 위해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금 급여 늘리라면서 보험료는…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소득대체율 45%로 인상+내년 보험료율 11%로 인상’ 또는 ‘소득대체율 40%로 유지+2029년 보험료율 13.5%로 단계적 인상’을 담은 전문가 자문안이 공개되기 전후로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직접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민연금 개편은 노후소득 보장 확대라는 기본 원칙 속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노후소득 보장에 대한 설명 없이 ‘보험료를 올린다’는 얘기만 확산된 것에 대해 복지부를 질책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후 자문안을 갖고 여러 차례 토론회를 열며 정부안을 마련했고, 그 결과를 이날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복지부가 마련한 초안엔 크게 세 가지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안에서 제시된 두 가지 방안을 일부 조정하고,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가했다. ‘소득대체율 50%’는 문 대통령 공약이었다.
복지부는 올해 45%인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되 보험료율을 현행 월소득의 9%에서 13%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①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②안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하는 대신 보험료율을 12%까지 올리는 안이다. ③안은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고, 보험료율은 단계적으로 15%까지 인상하는 안이다.

문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세 가지 방안에 담긴 보험료율 인상폭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게 복지부 안팎의 분석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초안 가운데) 보험료율 인상 부분이 가장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으로 메우라고?”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높이면서 기금 고갈 시기까지 늦추려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8월 4차 재정추계 결과 기금 고갈 시기는 2057년으로, 2013년 3차 추계 때보다 3년 당겨졌다. 여권에선 소득대체율을 높이면서 보험료율 인상폭을 줄이는 방안으로 정부 재정 지원을 거론하고 있다. 부족분을 재정으로 메우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재정수지는 2042년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2050년 -116조원, 2060년 -327조원, 2070년 -504조원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게 재정추계 결과다.

이를 정부 재정으로 메우려면 엄청난 규모의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는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보장을 법에 명문화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재정도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데 당장의 국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기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김일규/박재원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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