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국회가 7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사무처를 대상으로 한 질의를 끝으로 올해 국정감사를 마무리했다. 매년 가을 실시하는 국감은 ‘기업인 증인 무더기 호출’과 ‘호통 갑질’의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올해는 ‘혹시나’ 달라졌을까 기대했지만 ‘역시나’로 끝났다.

국감이 모든 피감기관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지적은 진작 제기됐다. 1998년 피감기관 수는 328곳이었고 각 상임위원회가 국감에 들인 날짜는 모두 더해 187일이었다. 올해 피감기관은 753곳으로 대폭 늘었지만 국감 날짜는 이보다 줄어든 168일에 그쳤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4명꼴인 42%는 “성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반면 “성과가 있었다”는 응답은 19%에 불과했다.
‘국감 스타’가 되기 위한 의원들의 무리수도 여전했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은 외식프랜차이즈업계 ‘대부’로 불리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불러놓고 “전남 여수시에서 청년몰을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 꼭 오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여수를 지역구로 둔 이 의원이 민원을 얘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주장해온 자유한국당마저 무더기 기업 증인 소환에 동조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감에서 한국당은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에 특별방문단으로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철회됐지만 방북 당시 산림과 관련 있는 양묘장을 방문했다는 게 증인 소환 이유였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정운천 의원이 농어촌상생기금의 대기업 출연 실적이 미미하다며 주요 대기업 임원들을 줄소환하기도 했다.

올해는 그나마 민간인 증인을 호출하면서 질의가 필요한 시간에만 부르고 돌려보내는 등 여론 눈치를 본 흔적이 엿보였다. 하지만 출석이 의무인 대다수 기관증인의 ‘무한정 국회 대기’는 여전했다. 총체적 부실 감사라는 비판을 받지만 제도 개선을 위한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각 당이 선거에 패배할 때마다 원인을 분석하는 백서를 내지만 정작 부실 국감에는 반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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