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의사를 대표하는 의사협회가 환자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고 의사 이익만 대변하는 한 그토록 강조하는 의사와 환자 간 신뢰 형성은 어려울 것입니다.”

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임시회관 앞에 모인 환자단체들은 “의료분쟁에서 환자는 절대적 약자”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의료사고로 사망한 환자들의 유족도 모였다. 이들은 “모든 의료정보를 지닌 의사의 과실을 환자가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의사들이 환자를 선별하는 진료거부권 도입을 요구하고 의료사고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례법을 제정해 달라는 등 도를 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시간 최대집 의사협회장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전날 환자단체들이 의사면허를 살인면허, 특권면허로 규정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또 “우리 사회가 의사에게 의료과실에 따른 법정구속이라는 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환자 건강과 의사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환자들도 적극 동참해달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이처럼 날을 세우게 된 사건은 2013년 발생했다. 그해 6월 경기 성남의 한 의료기관에서 8세 어린이가 사망했다. 유족은 “의사가 횡격막 탈장을 제때 진단하지 못해 사망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병원 측의 과실을 40% 인정, 1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형사재판으로 넘어갔다. 지난달 초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재판부는 환자 엑스레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 등을 물어 의사 세 명에게 1년~1년6개월의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의사들은 “언제든 발생할 위험이 있는 오진 사고에 실형과 구속이라는 칼날을 댄다면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오는 11일 총궐기대회를 연 뒤 휴진 등 집단행동도 고려하고 있다.

환자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합치는 의료일원화 등 보건의료 현안마다 투쟁을 외치는 의사단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도 많다. 전문가들은 “한국 의료계가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의료단체들이 투쟁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를 바라보는 환자 불신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진료 현장에서 의사를 믿지 않는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의사도 늘고 있다. 정부, 보건의료단체, 환자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보건의료계가 직면한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더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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