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정치적·사회적 공격에 시달려온 난제들을 잇달아 ‘정면 돌파’로 해결해내는 모습이다. 지난 2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8700여 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키로 결정하고 민주노총과 협약조인식을 했다. 앞선 ‘반도체 백혈병’ 전원 보상, 순환출자 완전 해소, 운전기사 직고용 등에 이은 또 한 번의 결단이라 할 것이다.

삼성이 최근 한두 달 새 접점을 만들어 낸 이슈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묵은 숙제들이다. 삼성은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간략한 설명 외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국 대표기업’으로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협력사 직원 문제만 해도 삼성전자서비스는 직고용 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지만 직접 채용이라는 용단을 내렸다. 미래지향적 상생에 방점을 뒀다는 설명이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LG전자 등 동종업계는 물론이고 이동통신·케이블방송 업계 등 산업계 전반에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불가피하다.
삼성으로서는 ‘사업 보국’과 사회통합에 앞장서 온 전통과, 법과 원칙의 준수라는 모순적 상황에서 찾아낸 고육책일 것이다. 그 고육책이 ‘집단이기주의’와 같은 우리 사회의 후진적 관행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동한다면 최악의 결과다. 정부와 정치권, 일부 좌파 시민단체 등이 재벌 개혁, 갑질 척결 등의 포퓰리즘 정책을 우선순위에 올려 놓고 기업들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삼성을 걸고 넘어져야 주목받는다’거나 ‘약자는 무조건 선(善)’이라는 그릇된 생각도 만연해 있다.

특히 ‘범(汎)통치집단’으로 불러도 될 만큼 영향력이 커진 민주노총 등이 합리적인 논의를 봉쇄하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삼성이 어려움을 감내하고 ‘사회적 책임’을 떠안은 만큼, 이제 다른 한 축인 노동조합이 상응하는 ‘사회적·시대적 책임’을 다할 차례가 왔다. 초일류 기업에도 밀리지 않는 권력으로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제대로 된 성찰과 결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신들을 과보호하는 경직된 노동법에 안주하지 말고, 취업난에 고통받는 청년들과 생계난에 몰린 영세소상공인들을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귀족노조들이 ‘고임금·저생산성’이라는 비난에는 눈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삼성의 일련의 결단을 ‘백기를 받아냈다’는 식으로 오도하는 것은 금물이다. 약자 행세로 사회와 시대를 호도하는 일도 중단해야 한다. 더는 그런 얕은 행태가 통할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기업을 그만큼 흔들어대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면 이젠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각고의 성찰을 해야 할 차례가 아니겠는가.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