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개정 前 시행령부터 바꿔
프랜차이즈 마진 내년부터 공개

법조계 "공정위 법률유보 원칙 위배
국민 권리제한, 법률로 규정해야"
전현직 간부들의 재취업 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는 법률적 근거를 갖추지 않은 채 프랜차이즈 기업에 원가공개를 강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1심 법원에 준하는 준사법기관인 공정위가 ‘법률유보(法律留保) 원칙’을 위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유보 원칙이란 국민(개인과 법인)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반드시 국회 의결을 거친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헌법상 기본 원칙이다.

◆법 고치기 전 시행령부터 개정

공정위는 지난 3월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사업 희망자에게 차액가맹금을 공개하도록 한 게 골자다. 차액가맹금이란 본사가 점주에게 납품하는 품목의 마진을 말한다. 치킨집의 경우 생닭을 본사가 얼마에 사와서 점주들에 얼마에 파는지를 밝히라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점주들에게 가맹금을 걷는 방법에는 차액가맹금 방식과 로열티 방식(매출 중 일정 비율을 본사가 받는 것)이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차액가맹금 방식을 택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정위가 법을 개정하는 대신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시행령을 통해 차액가맹금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차액가맹금 공개를 위한 법안이 이미 여당발로 발의됐고, 해당 법안이 정무위원회를 아직 통과하지 못한 게 밝혀진 뒤로 이 같은 지적이 부쩍 늘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시행령에 위임돼 있는 가맹금 범위를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의 차액가맹금을 공개해야 하는지에 관한 근거법으로 쓰이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법이 개정되기도 전에 하위 법령인 시행령부터 바꾼 것은 법적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며 “이는 법률유보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법안이 개정되기도 전에 이 제도를 시행하면 헌법소원이나 행정소송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원가공개 법에 근거해야”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가맹사업법에도 가맹금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시각은 다르다. 김민식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는 “차액가맹금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에 따른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며 “프랜차이즈 본사에 영업비밀 공개와 같은 법적 의무를 부과하려면 법률에 명시적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원가는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다수 판례가 있다”며 “원가공개는 기업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입법부 판단을 받기 전에 정부가 먼저 시행해선 안 된다”고 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사진)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주면 시행령은 거기에 맞춰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제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 개정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시행령을 벌써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지적에 대한 답이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기국회에서 법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차액가맹금 공개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는데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까지 했다”며 “공정위가 청와대가 강조하는 공정경제 성과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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