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흘간 8688억 순매수

지수 2000선 아래로 떨어지자
삼성전자·하이닉스·LG화학 등
낙폭과대 실적주 '뜰채'로 건져
운용사는 지수 ETF 집중매입

'하락장 방어' 배당·내수株는 외면
저수지에 물이 빠지면 손으로도 쉽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폭락하면 주가가 크게 내린 주식을 담으려는 ‘보텀 피싱(bottom fishing)’ 투자자들이 몰려든다. 최근 급락장에서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아래까지 떨어진 사이 외국인 투자자와 자산운용사들이 발 빠르게 정보기술(IT), 화학, 화장품주 등을 먼저 사들였다.

삼성전자(44,100400 -0.90%LG화학(340,0004,500 1.34%) 편식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0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0.9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한 상황에서도 ‘팔자’를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지고 나서야 마음을 바꿨다. 지난달 31일 ‘사자’로 전환한 외국인은 3일간 868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외국인 매수세는 IT, 화학 업종에 집중됐다. 삼성전자(2417억원 순매수), 삼성전기(112,0000 0.00%)(2108억원), SK하이닉스(70,4001,500 -2.09%)(1307억원), 삼성전자 우선주(388억원), LG화학(375억원), LG생활건강(1,080,00010,000 0.93%)(331억원) 순으로 매수했다. 이들은 실적이 견조하면서도 낙폭이 컸던 종목이란 공통점이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도 없다.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순이익)은 SK하이닉스 3.4배, 한화케미칼(17,000400 2.41%) 4.2배, 롯데케미칼(290,50010,500 3.75%) 5.3배, 삼성전자 6.9배 등에 불과하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종목부터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은 IT 업종에 순매수 금액의 70% 이상을 썼다. 반도체 메모리값이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에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텔, 엔비디아 등 주요 IT주가 강세를 보인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연말부터 성수기에 대비한 재고 축적 수요로 업황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당주·내수주는 외면

자산운용사들도 적극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모펀드 운용사들이 2811억원,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966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운용사들의 매수 상위 목록도 외국인과 비슷했다. 삼성전자(576억원), SK하이닉스(293억원), LG전자(69,500700 -1.00%)(140억원), 롯데케미칼(138억원) 등 IT주와 화학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그동안 원료비 부담을 느끼던 화학주들의 실적 개선을 기대한 매수세가 몰렸다.

KODEX 200(651억원), KODEX 코스닥150(319억원) 등 상장지수펀드(ETF)의 매수 규모가 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액티브운용실장은 “지수가 과도하게 하락한 것은 맞지만 어떤 업종, 종목이 오를지에 대해서는 펀드매니저들도 확신이 없기 때문에 지수 관련 ETF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락장에서 방어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배당주와 내수주는 외국인과 운용사 모두에 외면받았다. 외국인은 고배당주로 분류되는 KB금융, KT&G(102,0001,000 0.99%), 하나금융지주 등을 매도 상위 목록에 올렸다. 운용사들은 CJ제일제당(341,5005,500 -1.59%), GS리테일(35,650700 2.00%), CJ CGV(37,650300 0.80%), 한국전력(28,6001,250 4.57%), KT&G 등을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배당주의 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내수주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란 의견도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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