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개발 정보 나돌아

LH "신도시 후보지와 무관"
허위사실 유포자 색출 수사 의뢰

화전동 일대 토지거래 급증
올들어 111건…5년 만에 최대

3기 신도시의 유력 후보지로 꼽히던 경기 고양시 원흥·삼송지구 주변. 개발도면이 유출돼 투기꾼이 몰려든 것으로 알려지자 31일 국토교통부는 “고양시 원흥지구와 삼송지구 인근 화전동 및 용두동 일대를 올 연말 발표 예정인 3기 신도시 대상구역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한경DB

올 연말 발표될 수도권 3기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기 고양시 화전동 일대가 신도시 지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개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영향이다. 지난달 과천 택지개발 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또다시 화전동 개발정보가 새나감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허술한 보안 관리 능력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또 유출된 개발정보

고양시 원흥지구와 삼송지구 인근 화전동과 용두동 일대는 정부의 ‘9·21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직후 유력한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손꼽혔다. 3기 신도시의 전제 조건인 1기 신도시와 서울 사이에 자리해 도심 접근성이 좋은 데다 대부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어 토지보상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까닭이다. 일부 언론은 3기 신도시 지정이 유력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역은 더 이상 3기 신도시 후보로 이름을 올리지 못하게 됐다. 화전동 용두동 일대의 개발 계획으로 추정되는 도면이 일대 공인중개 사무실에 광범위하게 풀린 탓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3기 신도시 후보지란 소문과 함께 개발 계획 등이 적힌 도면이 중개업소에 쫙 돌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H는 31일 “지난해부터 수도권 서부지역의 개발 가능한 땅을 찾아왔으며, 유출된 지역은 여러 후보지 가운데 하나”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주택사업 대상지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도 “3기 신도시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곳이 아니다”고 확인했다. LH는 “허위 사실 유포로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해당 도면의 진위 여부 파악과 유포자 색출 등을 위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LH는 개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면 해당 지역을 개발 대상에서 가급적 배제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사전 유출된 정보를 투기세력이 악용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투기에 악용됐나

개발계획이라고 포장된 도면이 유출되면서 이 일대 토지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화전동의 토지거래는 올 들어 111건을 기록했다. 최근 5년 내 최대 거래량이다. 4월과 5월에 각각 28건과 44건이 집중 거래됐다. 투기로 의심해볼 수 있는 지분거래도 4월과 5월에 각각 17건과 36건 이뤄졌다. 개발로 인한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개발제한구역에서도 거래가 71건이나 성사됐다.

개발계획 정보가 유출된 건 올 들어 두 번째다. 지난 9월에도 공공택지 개발 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도 7개 시에 신규택지 8곳 총 542만㎡를 개발해 3만9189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란 정보를 미리 빼내 공개했다. 당시 공개했던 8개 후보지 가운데 광명 하안2, 의정부 우정, 시흥 하중, 성남 신촌, 의왕 청계2 등은 ‘9·21 대책’에서 공공택지 후보지에 선정됐다. 후보지로 꼽혔던 안산 2곳과 과천 과천동은 공공택지지구 지정에서 빠졌다.

당시 이들 지역에서도 정보 유출에 앞서 토지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의왕 청계2지구로 지정된 의왕시 포일동의 토지거래는 6월 1건에 불과했으나 7월과 8월에 각각 11건과 12건으로 늘어났다. 자료가 유출된 9월에는 25건으로 급증했다.

도면을 확보한 이들은 주로 개발 예정지 주변을 노린다. 개발압력이 주변으로 확산되면서 땅값이 올라가는 까닭이다. 한 토지 투자자는 “개발 예정지 안쪽 땅은 수용된다”며 “수용가격이 공시가격의 150% 안팎이어서 잘못 사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두 번이나 개발정보가 유출됐다는 건 보안 유지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라며 “신규 공공택지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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