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8 엔진 탑재한 마세라티의 최고성능 플래그십
-고급스런 실내와 다양한 안전장치로 럭셔리 GT 시장 정조준


그란 투리스모(GT)는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의 자존심과 같다. 장거리 주행에 특화된 고성능차는 사실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차가 아니다. 운전자 오감을 만족시키는 달리기 실력, 고급 브랜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상품 구성, 탑승객의 피로감을 최소화 할 승차감 등을 한 차에 모두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 애호가 사이에선 'GT'를 놓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차'라는 말을 종종 나누곤 한다. 고성능과 편안한 승차감, 고급감과 실용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제품이란 의미다. 따라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GT는 자동차 브랜드 위상 자체를 높여주기도 한다.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이 GT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왔다고 할 정도로 국내 수입차 시장은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고급 세단과 고성능 스포츠카의 경계선에서 마세라티가 고민한 결과물은 무엇일까? 2018년형 콰트로포르테 GTS 그란스포츠를 시승하며 확인해봤다.

▲디자인&상품성
크기는 길이 5,265㎜, 너비 1,950㎜, 높이 1,475㎜, 휠베이스 3,170㎜다, 기함에 걸맞은 당당한 풍채를 갖췄다. 곳곳에 드러나는 근육질 디자인은 세련된 비례 배분 덕분에 부담감보다 멋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일반적인 대형 세단에 비견할만한 크기지만 스포츠카의 날렵함을 잃지 않았다. 마세라티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세라티의 상징인 삼지창 엠블럼은 최근 전후면 범퍼 디자인 변경으로 한층 더 두드러진다. 2015년 서울모터쇼를 찾았던 컨셉트카 '알피에리' 디자인이 양산차에도 잘 녹아들었다. 회사는 새로운 범퍼 디자인을 두고 상어의 코를 형상화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공격적이면서도 주위 시선을 사로잡을 매력적인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유려한 디자인의 그릴 뒤엔 전자 제어 방식의 에어 셔터가 자리 잡고 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여닫으며 공기역학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매끄러운 디자인과 함께 한 덩치하는 콰트로포르테의 공기저항계수(Cd)를 0.28까지 끌어내린 일등 공신이다.

그란스포트는 콰트로포르테의 상위 트림이다. 유광 블랙으로 마감한 앞뒤 범퍼, 강렬한 붉은 색으로 고성능을 강조하는 브레이크 캘리퍼, 삼지창과 세타 로고에 새겨진 푸른 선, 21인치 티타노 알로이 휠 등 고급 품목을 기본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실내는 넓고 고급스럽다. 3m가 넘는 휠베이스 덕분에 여느 대형 세단과 견줘도 손색 없을 정도의 탑승 공간을 확보했다. 고급 가죽과 탄소섬유 등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적용했다. 시각적인 화려함과 함께 손과 몸에 닿는 감촉의 만족도가 높다. 주문제작식(비스포크) 차가 아님에도 양산품의 느낌이 없다. '장인의 손길'을 강조하는 설명에 수긍이 간다.


운전석 주변은 전통과 첨단이 공존한다. 단촐한 계기판과 아날로그 시계는 마세라티 고유의 시그니처다. 속도계와 RPM 표시기 사이에 위치한 7인치 TFT 디스플레이도 다른 브랜드 차와 비교했을 때 평범한 편이다. 센터페시아 구성도 복잡하지 않다. 작동에 필요한 버튼만 딱 배치했다는 느낌이다.

콰트로포르테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모두 지원한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최근 ios 업데이트를 통해 T맵과 카카오내비 등 외부 앱 중 일부를 애플 카플레이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쯤되면 굳이 OEM 내비게이션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반응 속도나 구동성이 만족스럽다.


실내에서도 그란스포트만의 차별화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알루미늄 기어시프트, 스포츠 풋 페달 등은 스포츠카 브랜드로서 마세라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요소다. 특히 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시트다. 스포츠 시트로 이름을 붙였지만 착좌감이 딱딱하기보다 편안하다. 12방향으로 미세하게 조정 가능해 몸에 꼭 맞게 세팅할 수 있다. 장거리 주행을 염두에 둔 GT다운 특성이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V8 3.8ℓ 유로6 가솔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최고 530마력, 최대 66.3㎏·m, 최고 시속 310㎞, 0→100㎞/h 도달 시간 4.7초 등 마세라티 4도어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6.6㎞(도심 5.6㎞/ℓ, 고속도로 8.5㎞/ℓ)를 인증 받았다.


제원표 상 숫자에 겁 먹을 필요는 없다. GT답게 운전이 어렵지 않다. 강한 힘을 과시하기보다 편안하고 즐겁게 탑승객을 이끈다. 가속 페달의 답력으로 운전자 마음을 읽는 것 같은 감각이다. 부드럽게 페달을 밟으면 묵직하고 여유 있게 거동한다. 차가 먼저 운전자를 재촉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방심할 순 없다. 속도를 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V8 엔진의 강력한 힘을 아낌없이 발휘한다. 5m가 넘는 큰 차체가 무색할 만큼 몸놀림이 경쾌하다. 마냥 날아갈 듯한 가벼운 느낌은 아니지만 크기를 고려했을 때 날렵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2인승 쿠페나 스포츠카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즐겁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주행감각은 전자식 스티어링 휠 덕분이기도 하다. 콰트로포르테는 연식변경을 거치며 유압식에서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묵직하면서도 조작이 이전보다 편해졌고, 차의 움직임과 조향감각에 적응하기 한결 수월해졌다. 의도한대로 차가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는 만큼 재밌고 편안하게 운전을 즐길 수 있다.


마세라티 고유의 배기음은 콰트로포르테에서도 강렬하다. 시동을 거는 순간 맹렬한 기세로 깨어나는 엔진음이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카랑카랑한 고음과 묵직한 저음이 정교하게 맞물리며 귀를 즐겁게 한다. 스포츠모드로 설정하고 속도를 높이면 소리가 운전자를 압도하는 느낌까지 받는다. 자동차 배기음 튜닝을 두고 '조각한다'란 표현을 쓰곤 한다. 휴대전화 벨소리로 배기음을 배포할 정도로 마세라티의 소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이제 퍼블릭 브랜드에서 필수 품목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고성능 GT를 표방하는 콰트로포르테 역시 다양한 안전 장치를 탑재했다. 특히 적응형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 시스템(LKA) 등은 장거리 운전 시 큰 도움이 된다. 운전 피로도를 확실히 줄여줄 뿐 아니라 연료효율에도 유리하다.

콰트로포르테의 LKA는 꽤나 적극적으로 작동하는 편이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에 가까이 다가가면 계기판에 경고 그래픽이 나오며 스티어링 휠을 반대쪽으로 살짝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가동 범위가 시속 60~180㎞인 만큼 일부러 설정에서 끄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영역에서 작동한다.

▲총평
GT의 매력은 일상 속에서 언제나 고성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성공한 GT는 자동차 제조사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하기도 한다. 마세라티가 콰트로포르테를 선보인 건 지난 2013년, 지난해 1분기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는 3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마세라티는 스포츠 세단 기블리와 SUV 르반떼 출시 이후 성공적으로 양적 성장을 거뒀다. 올해 1~9월 국내 시장에서 인도된 마세라티는 1,285대, 우리나라에서 월 150대 가까이 마세라티가 판매된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점유율 신장과 함께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플래그십 콰트로포르테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 2018년형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GTS 그란스포츠의 가격은 2억3,330만 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 [시승]장거리 여행용 페라리, GTC4 루쏘 T
▶ [시승]'강남 쏘나타'는 이제 그만, 렉서스 ES 300h
▶ [시승]페라리의 현재, 488 스파이더
▶ [시승]2019년형 티볼리와 G4 렉스턴을 타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