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공간·역동적인 성능, GT 조건 고루 갖춰

자동차회사가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는 이유는 제품과 기업을 알리고 한계 주행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스포츠카 제조사인 페라리 역시 70여년 동안 포뮬러원, 내구레이스를 비롯해 여러 대회를 통해 꾸준히 노하우를 쌓고 모든 제품에 그 기술을 녹여왔다.

그런 면에서 페라리 GTC4 루쏘 T는 조금 독특하다. 단순히 스피드 외에 보다 편하고 안락한 컨셉트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생김새는 쿠페보다 해치백에 가깝다. 서킷보다 일반 도로에 어울린다는 설정이란 의미다.



▲디자인&상품성
차체는 길 다란 2도어 슈팅 브레이크다. 해치백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페라리' 이미지와 5m에 가까운 차체 길이를 감안하면 그렇게 부르기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엔진을 프론트 미드십에 올렸고 승차 공간을 뒤로 밀어내 역동적인 자세를 만들어냈다.

각진 헤드램프와 길게 벌어진 라디에이터 그릴에선 최신 페라리의 이미지가 드러난다. 인상은 이전 제품인 FF보다 정제됐다. 측면은 2박스 차체의 자태가 우아하다. 간결하게 면을 완성했지만 어깨를 강조함으로써 힘을 암시한다. 앞 펜더에는 엔진 열을 방출하기 위한 구멍을 뚫어 역동적이다. 후면부는 두 개의 원형 테일 램프가 짝을 이뤄 오래 전 페라리 디자인을 연상케 한다. 머플러도 같은 구성으로 맞춰 일관된 모습이다. 범퍼 아래 디퓨저는 압도적인 크기다.







실내는 얼핏 좌우 대칭형으로 보이지만 운전석 비율이 살짝 더 크다. 하단이 평평한 D컷 스티어링 휠 가운데 노랗게 새긴 말 엠블럼, 곳곳에 보이는 탄소섬유 소재, 빨간 버튼들이 아드레날린 분비를 부추긴다. 계기판 형태와 색상도 질주 본능을 일깨울 정도로 자극적이다. 가죽의 촉감과 세심한 처리는 고급스러움을 넘어선다. GT답게 웬만한 편의품목은 다 갖췄다. 10.25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은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일체형이다. 글로브 박스 위쪽엔 디스플레이를 마련해 동승자도 속도, 엔진회전수, 변속 등의 주행 정보를 볼 수 있다. 페라리는 이 구성을 '듀얼 콕핏'이라 칭했다.

일반적으로 2+2 구조의 쿠페는 뒷좌석이 좁지만 GTC4 루쏘 T는 성인이 앉아도 여유가 있다. 휠베이스가 2,990㎜에 이르는 데다 지붕이 차체 후미까지 이어져 머리, 다리 공간이 넉넉하다. 놀라운 사실은 뒷좌석이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버킷 형태라는 점이다. 차에 타는 4명 모두를 위한 스포츠 주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적재공간은 기본 450ℓ다. 뒷좌석을 접으면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시판 중인 페라리 중 가장 넓다.








▲성능
엔진은 V8 3.9ℓ에 트윈스크롤 방식의 터보차저를 결합해 최고 610마력, 최대 77.5㎏·m의 토크를 발휘한다. V12 자연흡기 엔진의 GTC4 루쏘보다 70마력이 낮지만 최대토크는 6.4㎏·m 높다. 최근 출시된 여느 터보차저와 마찬가지로 과급 지연 현상은 거의 느낄 수 없다. F1에서 가져온 기술력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넘치는 힘은 전통적인 페라리 사운드로 구현해 청각에 전달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7단 듀얼클러치의 반응은 순간의 겨를도 없이 재빠르다. 변속 충격으로 몸이 앞뒤로 쏠리는 재미가 제법이다. 스티어링 휠 상단부는 F1 머신처럼 엔진 회전수에 따라 빨간불이 순차적으로 점등돼 변속 시점을 알린다. 주행 모드는 아이스, WET, 일반, 스포츠, ESP 해제의 다섯 가지를 지원한다.

동력 성능에 걸맞게 코너링도 절묘하다. 앞뒤 무게 배분을 46대 54로 설정하기도 했지만 다이내믹 컨트롤 시스템, 뒷바퀴도 조향하는 4WS 등 섀시를 제어하는 다양한 시스템이 후륜구동과 긴 휠베이스가 갖는 단점을 보완한다. 마치 휠베이스를 순간적으로 늘리고 줄이는 느낌이다.

브레이크가 바퀴를 움켜쥐는 힘은 상당하다. 오히려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서 속도를 줄일 수 있다. 그 만큼 높은 속도를 더 오래 끌고 가면서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자성을 활용하는 마그네라이드 SCM-E 댐퍼는 유연하지만 역동성을 버리지 않은 설정이다. 완벽하게 편하지는 않지만 승차감 높은 페라리로 치켜 세울만 하다.



▲총평
궁극적인 핫 해치다. 해치백의 실용성과 스포츠카의 역동성을 모두 가진 차다. 일상과 어우러지는 GT를 추구했지만 결코 레이싱 DNA를 버릴 수 없었던, 그래서 GTC4 루쏘의 다운사이징 버전이라 하더라도 나름의 영역을 개척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시작 가격은 3억 원대 중반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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