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코스닥 하락률 1,2,3위가 JYP·에스엠·와이지

보고서 한 장이 발단
"3분기 실적 기대 이하"
JYP·에스엠·와이지 주가
하루 새 13~20% 폭락

전문가 "엔터주 폭락은
빈약한 코스닥 리서치 능력
약해진 국내 증시 체력이 원인"

주가 거품은 없나
"실적 비해 몸값 지나치게 높다"
거품 논란 일기 시작하자
'주가 하락 베팅' 공매도 늘어
한류 열풍을 타고 주식시장을 달구던 엔터테인먼트주가 24일 새파랗게 질렸다. JYP엔터테인먼트, 에스엠(49,2001,300 -2.57%)엔터테인먼트, 와이지엔터테인먼트(43,200300 -0.69%) 등 3대 연예기획사 주가가 하루 만에 13~20% 급락했다. 세계적으로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국내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갑자기 동반 급락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영향을 미칠 특별한 악재가 있다기보다는 최근 국내 증시 체력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에서 2년여간 가파르게 달려온 엔터주가 실적 우려 보고서 한 장에 크게 충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빅3’ 소속 아이돌은 잘나가는데…

박진영 창의성총괄책임자(CCO)가 이끄는 연예기획사 JYP(종목명 JYP Ent.)는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7900원(20.31%) 떨어진 3만1000원에 마감했다. 에스엠(-15.09%), 와이지(-13.23%)도 급락했다. 코스닥시장 주가 하락률 1, 2, 3위가 엔터주였다. 키이스트(-11.55%), NEW(-8.02%), 제이콘텐트리(-5.41%), 스튜디오드래곤(-5.26%) 등의 낙폭도 컸다.

증권가에서 이날 급락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북미와 유럽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트와이스가 국내 걸그룹 최초로 일본 돔투어(도쿄, 오사카, 나고야)를 성사시키는 등 호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엔터주 목표주가를 올리기 바빴다.

엔터주는 지난해부터 고공행진을 거듭해 왔다. 2017년 이후 JYP는 8배, 에스엠은 2배, 와이지는 1.5배 올랐다.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코스피지수가 14.6%, 코스닥지수가 9.9% 하락하는 약세장에서도 JYP는 182.9%, 에스엠은 49.0%, 와이지는 48% 올랐다. JYP의 트와이스, 와이지의 블랙핑크, 에스엠의 레드벨벳 등 각 연예기획사 걸그룹이 돌아가며 세계 음반시장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도 엔터주 ‘몸값’을 높였다.

이날 동반 급락은 보고서 한 장에서 시작됐다. 엔터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이 JYP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종전 100억원에서 86억원으로 내린 것이 발단이었다. 이 연구원은 2년 전 JYP 주가가 5000원대에 머물던 때부터 이 회사를 주목해왔다. 당시 여의도 증권가에서 JYP를 분석하는 유일한 애널리스트였다. 엔터주 주가가 치솟자 다른 증권사들도 뒤늦게 애널리스트를 배치했지만 여전히 많은 펀드매니저가 이 연구원의 ‘입’만 바라본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엔터주 분석 보고서가 빈약하기 때문에 애널리스트 한 명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것이 문제”라며 “엔터업종뿐만 아니라 다수 코스닥 중소형주도 제대로 된 분석이 없어 작은 악재에 주가가 요동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엔터산업 펀더멘털은 이상 없다”

엔터주 몸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지적도 있다. 올 들어 약세장이 이어지고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반도체, 바이오주가 하락하면서 엔터주는 증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믿을 건 한류와 엔터산업뿐”이라고 말하는 펀드매니저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장 주도주가 되기에 엔터주는 ‘그룻’이 너무 작다. 3대 연예기획사의 올해 3분기 매출 추정치는 다 합쳐봐야 2354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3분기 매출 65조원의 0.3% 수준이다. 주도주에 대한 기대를 타고 증시 자금이 쏠리다 보니 주가가 치솟았다.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와이지가 44배, JYP가 36배다. 거품 논란이 고개를 들면서 최근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부쩍 늘었다. JYP의 하루 공매도 거래대금은 올초 10억원이 안 됐지만 지난 10일엔 52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날 급락했지만 여전히 엔터주의 미래를 밝게 보는 펀드매니저들도 많다. 넷플릭스,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업체들이 기존 방송시장을 대체하면서 콘텐츠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 머물던 과거에 비해 시장이 전 세계로 커졌고, 재능 있는 유망주와 기획자들이 엔터사에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성장성이 밝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대표는 “엔터산업의 펀더멘털에는 이상이 없다”며 “급락장을 기회라고 판단해 엔터주를 더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노유정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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