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일한 전문가, 집값 상승 세력으로 지목
부동산 시장, 증시처럼 투자자·작전세력 뒤엉켜
"전문가에 무조건 의지하기 보다, 스스로 발품팔고 공부해야"

광주광역시 학동 '무등산아이파크'. 한경DB

부동산 스타 강사들이 수강생들을 전국으로 끌고 다니면서 특정 동네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집값을 폭등시키고 있다고 한 시사프로그램이 보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타 강사들을 세무조사하거나 엄벌해달라는 민원까지 등장했다. 스타 강사들은 진짜 집값을 끌어올리는 작전세력의 몸통일까 아니면 마녀사냥에 당한 것일까.

◆20년 일한 전문가까지 ‘유탄’

MBC는 지난 23일 ‘PD수첩’을 통해 유명 부동산 강사들이 특정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와 결탁해 아파트 시세를 교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찍어주기’로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거나 공동투자를 알선하는 방식이다. 이날 방송엔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필명 ‘빠숑’)과 주지오 씨(필명 ‘부산사랑’) 이나금씨 등 유명 전문가들이 강연하는 모습도 담겼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부동산시장에 곪아있던 문제가 터졌다고 보고 있다. 강연에서 특정 아파트 단지를 지목하거나 컨설팅 등으로 매수인들을 끌어들여 시세를 조종하는 일들이 암암리에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활황기이던 2000년대 초중반에도 이 같은 수법이 횡행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타깃’을 잘못 선정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강사들이 수백만원씩 컨설팅비를 받고 특정 단지 찍어주기를 하거나 싹쓸이 구매를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 등장한 전문가들의 상당수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 이들이다. 김학렬 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입지 분석을 통한 가치 투자’의 신봉자다. 입지여건을 분석해 미래 가치가 높은 아파트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주로 강의한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얘기한다. 중개업소와 연계해 물건을 소개한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방송에는 그가 찍어주기에 이어 중개업자 연결까지 하는 것처럼 비쳐졌다.

김 소장의 부산 강연을 주최했던 장소희 씨는 “김 소장이 중개업소와 연계해 물건을 소개한 적은 절대로 없다”면서 자신이 강의 후 개별 상담하는 장면이 방송에 담겼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소장 또한 “따로 강의를 모집하거나 중개업자와 연계하는 등의 수익사업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부동산 수요조사가 직업이다. 갤럽 출신인 그는 건설사와 시행사 등을 대상으로 20년 가까이 부동산 입지분석과 수요조사를 해온 인물이다. 김 소장과 함께 언급된 주 씨는 도시계획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원리에 대해 설명하는 게 강의의 대부분이다. 그는 입주물량이 필요물량에 비해 적으나 많으냐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결정된다는 점을 최초로 통계를 통해 증명한 인물이다. 주 씨는 “유료 컨설팅을 한다면 편하게 살 수 있겠지만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다”면서 “침체된 지방 시장에 대한 대안을 언급하는 부분은 모두 빠지고 마치 집값을 밀어올리려는 사람처럼 비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찍어주기, 공동투자, 미분양 공동구매 등을 주도하는 부동산 강사는 따로 있다”며 “편하게 취재할 수 있는 대상을 골라 몰래 촬영한 뒤 ‘악마의 편집’을 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른 전문 강사는 “부동산가격이 한두 사람의 말 몇 마디에 좌우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면서 “지난 하락장 때도 일관된 이야기를 하던 이들까지 작전 세력과 연결지어 문제삼는 건 자칫 마녀사냥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애널리스트 A씨는 “정책실패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마치 스타강사 개인의 탓인 것처럼 여론이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차떼기·싹쓸이…‘탈선’도 횡행

물론 일부 스타 강사들의 ‘탈선’이 암암리에 이뤄지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방송에서 언급된 이들 중 일부가 실제 일탈 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학원이나 아카데미 등에서 수강생을 모아 자신의 ‘문하생’으로 만드는 게 시작이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론을 먼저 교육한 뒤 충성도 높은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전투자반을 꾸려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 아파트 단지로 단체 임장을 떠나는 게 하나의 교육 과정이다. 실제 매물까지 구해서 사게한 뒤 1000만원 안팎의 컨설팅비를 챙긴다.

한 현업 공인중개사는 “탐방에서 그친다면 재테크를 위한 공부일 수 있겠지만 단체 구매를 하는 순간 시세교란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업투자자 B씨는 “2010년대 초반 경기 화성 등지에서는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Gap) 투자 세력이 시세를 잔뜩 올려놨다”고 전했다.

일부는 버스를 빌려 떼로 몰려다니면서 공동투자를 하기도 한다. 광명은 8·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기 직전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매물 싹쓸이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 투자모임에서 ‘차떼기’로 쓸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 백석동 ‘일산요진와이시티’는 최근 전세를 낀 매물이 모두 소진됐다. 현지 C공인 관계자는 “강남에서 온 투자자들이 전용면적 84㎡ 매물을 쓸어간 뒤 전용 59㎡도 집중 매수했다”면서 “일부는 아예 중개업자를 끼고 오는 등 모임에서 찍어주기를 한 정황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광명 철산동 '주공9단지'. 네이버거리뷰 캡처

9·13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는 경기 부천과 용인 수지구, 대전 등에서 단체 투자자들이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수지에서 교사로 근무 중인 D씨는 “투기꾼들과 손잡고 집값을 일주일 만에 1억원씩 올려놔 전세입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중개업자들도 있다”면서 “일부 중개업소는 시장이 정상이 아니라며 집 사는 걸 나서서 만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시세조종을 하는 이들은 카페나 밴드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일단 글을 올려 유명세를 얻은 뒤 강의를 개설한다. 이후 수강생들을 데리고 전국을 누빈다. 신문 광고(부동산 투자 설명회)를 통해 수강생을 모으는 이들도 있다. 수강료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다. 투자물건 매입까지 대행하는 경우 컨설팅비 명목으로 1000만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
일부 강사는 부동산과 관계없는 분야에서 회원수가 많은 카페 계정을 사서 투자모임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전혀 모르는 이들에겐 원래부터 유명한 모임이었던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강의에 대한 평가와 홍보 또한 대행업체에서 블로그 등에 퍼뜨리는 바이럴마케팅을 이용한다. 돈을 써서 인위적인 유명세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끊이지 않는 부동산 투자 사건‧사고

부동산 전문가는 크게 은행 증권사 등 제도권에 소속된 전문가와 비제도권 전문가로 나눌 수 있다. 제도권 전문가의 일탈 사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고는 주로 비제도권 전문가들이 일으킨다. 이들은 중개업소·컨설팅업체를 운영하거나 전업투자를 하다가 전문가로 나선다. 언변이 화려한 이들이 많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때마다 비제도권 전문가에 의한 사건 사고가 단골처럼 등장한다. 부동산 공동투자 등으로 인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공동투자와 공동구매를 권유하거나 알선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순진한 투자자를 등치는 목적이다. 권유의 이면에는 특정 건설사와 유착관계 등이 있는 경우도 있다. 투자 사기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20만원으로 시작해 2년 만에 500억원을 벌었다던 한 ‘재테크의 달인’은 지난해 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거짓 투자 정보를 퍼뜨려 S사 등 코스닥 등록업체의 주가를 조작하고, 부동산에 공동 투자하자며 꾀어 투자자가 건넨 돈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사기 등)로 J그룹 대표 김모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20만원으로 시작해 2년 만에 500억원을 벌었다”는 유명세로 10여권의 책을 내고, 회원 수가 1만여명에 이르는 유료 재테크 카페를 운영해왔다.

자료 게티이미지뱅크

이모 전 L그룹 회장도 수백억원대 사기·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수도권 법원의 경매계장 출신인 이 전 회장은 2000년대 ‘경매의 신’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2007년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위기를 맞은 이 전 회장은 여기저기에서 돈을 끌어다 썼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이 세운 'G아카데미' 수강생들을 상대로 경매 투자 기회를 제공해주겠다고 속여 95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이밖에도 413억여원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와 189억원대 횡령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일부 업무상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며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가 400여 명에 이르고 피해액이 430억원에 이르는 큰 규모의 범죄”라고 판단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빌라 사업으로 큰돈을 벌어들여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리는 투자자 채모씨도 사기 혐의로 2년 전 고소를 당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했다. 카페 회원만 3000명이 넘었다. 채씨는 환경미화원으로 시작해 부동산 부자가 된 경험을 내세우면서 자신에게 투자하면 100일 만에 20%를 불려주겠다고 홍보했다. 세종시 땅값이 크게 오를 예정인데, 매입 자금을 마련해주겠다며 투자를 부추긴 것이다. 서울 강남에 사무실과 식당을 차리고 투자 강의도 열었다. 차용증을 쓰고 이자를 주기도 했지만, 원금은 돌려주지 않은 채 지난 1월 갑자기 사무실 문을 닫았다.

“부동산 투자로 100억원을 벌었다”며 재테크 강사로 활동한 이모씨도 2015년 사기·명예훼손 등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강연으로 모집한 일부 수강생에게서 투자 명목으로 4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테크 분야 저자이기도 한 이씨는 투자자들로부터 “운영 중인 이탈리안 퓨전 레스토랑에 투자하면 원금은 물론 몇 배의 수익을 내주겠다는 말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며 고소를 당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투자금액은 수천만 원에서 1억원으로 피해액은 모두 4억8500만원에 달했다. 투자자들은 주로 이씨 강연을 통해 알게 된 이들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이씨는 실제로는 그만한 재산이 없으면서 ‘39세 100억 젊은 부자’라는 문구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허위 경력과 재력을 과시했다”며 “수강생들이 자신을 믿게 만든 후 투자금을 편취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주식시장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주식시장처럼 투자자 작전세력 등이 뒤엉켜서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때로는 작전 세력에 의해 거품이 형성되기도 하고, 내재가치 이하로 폭락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도 소위 가치투자 하는 분들도 있고 시세를 교란하는 세력들도 있다”며 “이 모든 걸 합쳐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좋은 강의를 찾아 들으면서 스스로 고기잡는 법을 터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남의 말만 듣고 투자했다가는 사기당할 위험이 있다. 게다가 언제까지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할 수는 없다. 한 전문가는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좋은 강의도 많다”며 “기본적인 공부를 한 뒤 발품을 팔고 모의투자를 하면서 투자원리를 깨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기세력이 훑고 간 지역에 뒤늦게 들어갔다가 상투를 잡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채 위원은 특히 갭투자자들이 사람들을 모아 지방에 부동산 투자를 하러 다닐 때 거품이 생기는데 이에 대한 냉철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기적인 매수세력이 특정 지역에 대거 진입했을 때 분명히 시세가 변하게 된다”며 “누가 봐도 소수의 사람들이 매수를 해서 시장을 교란시켰는데 그것을 마치 상품가치나 입지가치가 발현돼서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채 위원은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지역 공인중개사와 해당 지역에서 오래 살고 있는 주민의 말을 들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지역 중개사들에게 물어보면 최근에 매물을 누가 샀는지 알 수 있다”며 “해당 지역 여러 중개사를 방문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 전문가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조언이 더 영양가가 높을 수 있다고 추천했다. 그는 “해당 지역에 사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시장 전문가들보다 구체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며 “오래 거주한 분들을 찾아내서 그 분을 인터뷰하고, 그 분과 동네 탐방을 하면 동네를 잘 익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형진/최진석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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