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경 작가의 한경 신춘문예 응모 조언

다음달 출간 장편 '콜센터'
한경 당선으로 힘 얻어 완성
수림문학상 수상 영광까지

가구점 이케아 소재로 한
단편소설집 '쇼룸' 통해선
2030세대 불안·욕망 그려

소설가 김의경 씨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신간 단편소설집 《쇼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bjk07@hankyung.com

“소설 속 이케아 가구는 내구성은 좋지만 쉽게 버려질 수 있는 대상을 상징합니다. 취업난을 뚫어도 비정규직이란 위태로운 현실에 놓인 많은 2030세대 청춘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최근 단편소설집 《쇼룸》을 발간한 소설가 김의경 씨는 22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소설집 제목인 ‘쇼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소설은 이케아의 수십 가지 쇼룸을 통해 물건으로 설명되는 인간의 삶, 전시된 판타지에 대한 맹목적 욕망을 풀어냈다.

합리적 가격대의 조립식 가구로 유명한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는 《쇼룸》에서 주된 공간으로 등장한다. 그는 “한국에 이케아가 들어온 이후 직접 가서 본 쇼룸은 온통 내 소설의 배경이었고 방문객들은 등장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원룸에 살며 취업을 꿈꾸는 세 여대생(이케아 소파 바꾸기), 파산한 부부(세븐 어클락), 말끔하게 차려입었지만 묘한 긴장이 흐르는 연로한 두 남녀(계약 동거), 여대생과 조심스레 이케아 매장을 걷는 40대 불륜 남성(이케아 룸) 등 단편소설 속 등장인물 모두 그가 이케아에서 직접 관찰한 사람들이 모델이 됐다. 이 중 ‘쇼케이스’에는 작가 부부로 사는 김씨 본인의 삶을 그대로 담았다.

왜 이케아였을까? 《쇼룸》 속 등장인물은 모두 높은 가격대의 고급 가구 대신 이케아 가구를 사는 단계에서 만족한다. 그 속에는 ‘행복’이라는 원초적 욕망이 숨어 있다. 김씨는 “사람들이 왜 이케아로 모여들고, 집을 꾸미는 데 관심을 둘까 생각해봤다”며 “결국 행복에 대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을 통해 드러나는 가난과 비루함을 이케아라는 모던함, 깔끔함으로 감춰보고 싶었던 걸까. 쇼룸에 있지만 내 방엔 없는 걸 발견했을 때 우리는 불안해진다. 그는 “이케아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유는 마치 사람이 살고 있는 집처럼 꾸며진 공간, 그렇게 꾸며놓고 살고 싶다는 불안한 착시현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2014년 한경 신춘문예에서 장편 《청춘 파산》으로 당선돼 등단했다. 2019년 한경 신춘문예 접수 마감을 40여 일 앞두고 그는 4년 전 수상의 기억을 소개했다. 김씨는 “10년 동안 습작만 했던 내가 ‘글쓰는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며 인생의 코너에 몰렸을 때 생각지 않았던 당선이 큰 위안이 됐다. 정말 운명적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음달 출간하는 장편소설 《콜센터》로 ‘수림문학상’도 받았다. 《콜센터》는 한경 신춘문예 당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통보를 받던 그 순간까지 반년 동안 일했던 피자집 콜센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콜센터》를 계속 쓸지 말지 고민하던 중 한경 신춘문예 수상에 힘을 얻어 4년 동안 썼다. 김씨는 “다른 작가들은 독서량이 엄청나지만 난 빚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온, 가난했던 경험밖에 없다”며 “상금을 받는다고 내 가난이 당장 해결되진 않기에 앞으로도 가난을 소재로 글을 쓰겠지만 내 글만큼은 가난하지 않고 풍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선배로서 응모자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등단한다고 인생이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며 “나 역시 등단 후 4년 동안 소설이 없었고 출판사에서 작품을 거절당할 때마다 그 상처는 등단 전보다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에 정답은 없지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 모범답안 같은 이야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끊임 없이 쓰고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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