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이후
해외시장 개척 필요성 높아져

호주·뉴질랜드에 국내 첫 면세점
일본 긴자 시내점 매출도 급증
해외매출 2년간 세 배 증가

대만 등 방문객 다변화에도 나서
중소기업 화장품으로 차별화도

일본 도쿄 도큐플라자 안에 있는 롯데면세점 긴자 시내점은 올해 매출이 전년의 두 배인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 제공

롯데면세점은 작년 말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점 철수를 결정했다. 제1터미널 내 매장 대부분을 들어내기로 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적자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5년간 임차료 4조1400억원을 감당할 수 없었다.

힘들게 따낸 면세점을 포기하면서 ‘교훈’도 얻었다. 특정 국가, 지역에 크게 의존해선 사업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매출 비중은 한때 70~80%에 달했다. 인천공항 철수 결정 뒤 중국인 의존도를 낮추는 게 당면 과제가 됐다. 롯데면세점이 올해부터 해외 진출과 시장 다변화에 대대적으로 나선 이유다.

◆호주선 M&A, 일본선 시장 개척

롯데면세점의 기존 해외 시장 전략은 ‘기회 있을 때 확장한다’였다. 하지만 기회는 자주 오지 않았다. 해외 공항 면세점 입찰이 있을 때, 기존 면세점이 문을 닫을 때 등 제한적으로 왔다. 이렇게 해선 해외 매출이 잘 늘지 않았다. 2012년부터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해외 면세점을 열었지만 매출은 미미했다. 작년 전체 매출 5조4538억원 중 해외 매출은 1350억원에 불과했다. 2.4% 수준이었다.

롯데면세점은 전략을 바꿨다. 기회를 직접 만들어 가기로 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JR듀티프리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8월 JR듀티프리의 호주 브리즈번 공항점, 멜버른 시내점, 다윈 공항점, 캔버라 공항점 4곳과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 등 총 5곳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국내 면세점 중 최초로 오세아니아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면세점의 해외 매장은 6개국 20곳으로 늘게 됐다.

일본 시장도 기회를 스스로 찾은 사례다. 일본 면세점은 대부분 공항에 있다. 도심에서 면세품을 산다는 것은 생소한 개념이다. 도쿄 등 주요 도시에는 ‘사후면세점’ 정도만 있다. 부가가치세, 관세 등 모든 세금을 면제해주는 면세점과 달리 사후면세점은 부가가치세만 환급해준다.

롯데면세점은 ‘시내는 사후면세점’이란 상식에 도전했다. 2016년 도쿄 한복판 긴자 지역에 정식 면세점을 열었다. 이 전략은 들어맞았다. 일본 방문객 증가와 맞물려 긴자점에 손님이 늘었다. 첫해 200억원에 불과했던 긴자점 매출은 작년 49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올해는 1000억원 달성을 기대한다. 일본 미쓰코시백화점도 시내면세점을 열 정도로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롯데면세점은 일본 내 다른 지역에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내는 것도 검토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베트남에도 시내면세점을 곧 열기로 했다. 작년 영업을 시작한 다낭공항점이 1년 만에 흑자를 낼 정도로 장사가 잘된 영향이다. 지난 7월 냐짱에 베트남 2호점을 낸 롯데면세점은 3년 내 베트남 1위 면세점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만에 판촉사무소 열어

해외 시장 확장의 또 다른 축은 방문객 다양화다.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이 빠진 뒤 국내 롯데면세점의 주력 고객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이다. 중국인만 쳐다보는 ‘천수답 경영’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롯데면세점은 올초 ‘빅마켓 담당’이란 조직을 구성했다. 대만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중국 이외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첫 공략 국가는 대만이었다. 지난 7월 대만 타이베이에 현지 판촉 사무소를 냈다. 이들은 대만 여행사 문을 두드렸다. 패키지 여행상품 동선을 짤 때 롯데면세점 방문을 유도했다. 대만 국적기 중화항공, 대만 1위 카드사 궈타이은행 등과 제휴도 맺었다. 중화항공, 궈타이은행 고객이 롯데면세점에 가면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줬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올 들어 9월까지 롯데면세점 내 대만 관광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롯데면세점은 ‘한류 상품’ 발굴에도 적극 나섰다. 다른 면세점과 차별화할 수 있는 콘텐츠란 판단에서다. 주로 중소기업 제품이 대상이다. 올 들어 입점한 한국 중소기업 상품 브랜드만 110여 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서울 소공동 본점에 ‘블루밍뷰티관’을 열었다. 화장품 편집숍으로 60여개 중소기업 브랜드로 채웠다.

온라인에서 중소기업 상품을 적극 소개했다. 브랜드 인지도는 낮지만 상품성 있는 제품을 골라 온라인에 노출시켰다. 이 가운데 인기 있는 상품은 오프라인 매장에 정식 입점할 기회도 줬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사드 사태를 겪으며 중국에 치우친 국내 면세점의 취약함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롯데면세점은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글로벌 진출과 소비자 국적 다변화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 세계 1위 면세점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