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코노믹스' 변곡점 도달
국유기업 팽창·부채의존형 성장 한계 드러나
유니콘 등 민간 활력에 중국 경제 미래 달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소비 둔화, 물가 상승 징후가 뚜렷하다. 정부 입김이 커지면서 민간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과다 차입과 디폴트(지급 불능) 문제도 녹록지 않다. 시코노믹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정책)가 중대한 변곡점에 도달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심각한 도전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의 급속한 부상이 이뤄졌다. 저렴한 임금, 풍부한 노동력과 뛰어난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 섰다. 강한성당(强漢盛唐: 강력한 군사력의 한나라와 문화가 융성한 당나라) 재현을 내건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은 대국굴기의 결정판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중국제조 2025’는 핵심 추동력이다.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 창조를 위한 승부수다.

미·중 무역전쟁은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공은 트럼프식 질서를 받아들이라는 공개적 압박이다. “글로벌리즘을 거부한다”는 유엔 총회 연설은 ‘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선언한 것이다. 통상전쟁이 글로벌 경제의 뉴노멀이 됐다. 중국의 수출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하이테크산업의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단호하다.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와 에인트 파이낸셜의 머니그램 인수 불허는 정보기술과 금융의 경제주권을 양보할 수 없다는 의사 표명이다. “점차 강화되는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우리를 자력갱생의 길로 내몰고 있다”는 시 주석 발언은 중국의 냉정한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국진민퇴(國進民退: 국유 기업 약진과 민간 기업 쇠퇴)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유 기업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 이후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민간 기업이 약진하면서 성장의 3분의 2, 일자리의 90%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시진핑 2기 정권 출범 이래 중심추가 공공 부문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완다, 하이난, 안방보험 같은 기업집단이 과잉 채무와 투자 부실로 위기에 빠졌다. 이를 계기로 민간 기업을 서서히 퇴장시키고 국유 기업의 역할을 확대하자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46개 민간 기업이 국유 기업에 회사를 매각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정부는 정부가 할 일을 하고 기업은 기업이 할 일을 해야 한다”며 역할분담론을 역설한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민간경제 발전을 지지하는 정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민간 기업 역할론을 강조한다. 중국은 글로벌 경제에 깊숙이 편입돼 경쟁과 효율의 시장원리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국유 기업의 약진은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6년 11개 성 산하 3500개 국유 기업이 부실로 판정됐다.

부채의존형 성장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디니 맥마흔은 저서 《빚의 만리장성》에서 “중국은 과잉 부채의 저주에 직면했으며 부채 주도 성장은 동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260% 수준이다. 위기 발생 시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편법이 동원된다. 소위 상유정책(上有政策) 하유대책(下有對策)의 폐해다. 무책임한 정책 당국과 엉터리 통계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

희망은 여전히 존재한다. 1998년 구글이 설립되던 해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200만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8억 명이 접속한다. 드론, 모바일 결제,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을 압도한다. 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유니콘의 상위 10개 중 6개를 휩쓸고 있다. 인공지능 신생기업의 벤처 자본 유치액이 미국보다 많다. 하이디라오, 바이트댄스, 메이투안 다이안핑은 혁신의 아이콘이다. 중국식 샤부샤부인 허궈 체인 하이디라오는 테이블 네 개로 출발해 시가총액 120억달러 기업이 됐다. 바이트댄스는 2012년 창업한 인공지능·콘텐츠 기업으로, 6년 만에 750억달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커머스 기업 메이투안 다이안핑은 최근 기업을 공개해 42억달러를 유치했다.

중국 속담에 ‘정부의 힘이 빠질수록 경제가 잘나간다’는 말이 있다. 민간 부문 활력에 중국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 관이 정하면 민이 따르는 모델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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