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일제 강점기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이 한국에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본 기업의 패소가 확정되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0일 전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는 30일 오후 대법정에서 여운택 씨 등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패소를 확정해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릴 경우엔 1965년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에 위반한다며 ICJ 제소 등 법적 조치를 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른바 징용공 문제를 포함해 한일간의 재산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에서 일본이 한국에 5억달러(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의 경제협력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청구권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논리다.

2005년 당시 노무현 정권도 일본에 의한 '반인도적 행위 등'에 개인청구권이 있다며 위안부·원폭피해자·사할린 잔류 한국인을 한일협정 적용 대상에서 예외로 규정했다.

반면 징용공은 이 협정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 일본 측의 주장이다.

일단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외무성 관계자)고 보고 있다.
이런 판결이 나오면 한일 간 전후 처리(2차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한 뒤 이에 대한 책임 등의 처리)의 전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우려다.

요미우리는 "국제법상 입법, 행정, 사법 3권 가운데 한 곳이라도 협정을 위반하면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이 패소할 경우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에 정해진 분쟁해결 절차를 토대로 우선 한국 측에 2국 간 협상을 신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이 이에 응하지 않거나, 협의가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역시 협정에 근거해 제3국 위원이 포함된 중재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일본 정부는 ICJ에 제소할 생각이다. 외무성은 중재위원회 개최나 ICJ 제소를 염두에 두고 이미 관련 문서 작성에 착수했고, 담당 직원 증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이 ICJ에 제소해도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재판은 열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본이 제소하려는 것은 재판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 패소 판결이 나오고 한국 정부가 이에 동조할 경우 양국 정부 간 협의를 중단하는 등 강경 조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방안도 대응 카드의 하나로 부상한다고 요미우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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