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

금리인상→원화 약세→외국인 '팔자' 악순환
MSCI 중국 주식 비중 확대도 '셀 코리아' 부추겨
성장률 전망 하향 속 기업실적 악화…투자심리 냉각
외국인투자자가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2011년 이후 최대인 5조원 이상의 자금을 빼내자 연내 코스피지수가 2100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차손을 피하려는 외국인 자금이 또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증시안정, 환율이 관건

외국인투자자 이탈은 1차적으로 달러 강세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1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44원40전까지 올라 작년 9월29일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중순까지는 달러당 1100원 아래서 움직였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급등(원화가치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은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처럼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무역갈등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질 때는 환율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외국인 이탈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다른 신흥국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지면서 증시가 급락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와 이탈리아의 재정 불안 등 유럽에서도 불안과 갈등이 커지면서 미 달러 선호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달러 강세가 진정되기 전까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으로 상승하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6조6000억원가량 추가 이탈할 것으로 분석했다. 2016년 이후 한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 27조6000억원 가운데 이미 빠져나간 약 5조원을 포함해 절반가량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몰리는 것도 한국 증시 자금 이탈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미국 국채 금리가 연 3%대에 재진입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공포 장세’가 재연됐다. 과거에도 장기 금리가 오르면 경기 침체나 금융위기가 닥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를 더 부추겨 한국 등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급락장세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미국 채권 금리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IT·바이오주에 매도 몰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7%로 낮추는 등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그동안 한국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기업실적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한국 증시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 증가 추세가 꺾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내년 반도체값 약세를 우려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미리 팔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의 3분기 ‘실적 쇼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선 투자에 매력을 느낄 만한 업종 및 종목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펑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신흥국지수에서 중국 본토주식(A주)이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하는 것도 악재다.

다만 외국인 자금 이탈은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문제보다는 글로벌 경제 환경의 영향이 더 큰 만큼 차츰 진정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많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점에 근접한 만큼 강한 매도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다만 외국인 수급 안정이 대외적 조건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 있는 만큼 코스피지수 반등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주로 수출 비중이 높거나 밸류에이션이 높은 종목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삼성전기(-6393억원), 삼성전자(-3680억원), 셀트리온(-1652억원) 등을 주로 팔았다. 반면 에쓰오일(767억원), 네이버(750억원), 현대자동차(572억원) 등은 사들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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