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반감기 라돈 3.8일, 토론 55초
우라늄·라듐과는 달리 짧아

마스크·채소·물에서도 쉽게 검출
'생활 속 피폭' 곳곳에 도사려
아동 더 취약…각별한 주의 필요
국내 온천을 찾다 보면 간혹 ‘라돈탕’이라고 안내하는 곳이 있다. 일본에서는 아예 ‘라돈 온천’이라고 내걸고 영업하는 곳도 흔하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도 라돈이 류머티즘관절염 치료 등에 좋다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런 온천들이 등장했다.

라돈(Rn)은 원자번호 86번의 원소로 강한 방사선을 내는 비활성 기체다. 1899년 퀴리 부부가 발견했다. 화강암을 비롯해 석회석, 흙처럼 자연환경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질에는 라돈의 모체가 되는 라듐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라돈과 함께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간 피폭선량의 3분의 1 차지

일상 속 흔한 물질로 여겨지던 라돈이 올 들어 ‘위험한 동침자’로 주목받고 있다. 과도하게 피폭되면 폐암 등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미국환경보호국은 라돈 흡입이 흡연 다음 가는 주요 폐암 원인이라고 경고했다.

라돈 논란의 시작은 대진침대가 제조해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다. 지난 5월 정부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14종 모델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의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수거·폐기 조치에 들어갔다. 이후 다른 제품의 매트리스에서 라돈과 토론(라돈-220)이 검출됐고, 최근에는 생리대에서도 라돈이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라돈을 배출하는 것은 모나자이트라는 산업용 광물이다. 자연방사능이 나오는 희토류 광물질로 시중에 출시된 대다수 음이온 제품은 모나자이트를 쓰고 있다. 주로 바닷가에서 채집한다.

라돈이 매트리스에서 검출되는 이유는 상당수 국내 회사가 음이온 방출을 위해 모나자이트 가루를 매트리스 재료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음이온이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모나자이트는 우라늄과 토륨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물질이 붕괴되면 라돈과 토론을 방출한다.
라돈과 토론의 위험성에 관해서는 학계, 업계마다 의견이 갈린다. 반감기(특정 방사성물질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각각 3.8일, 55초에 불과해서다. 토론은 인체에 흡수되기도 전에 사라지는 수준이어서 특별히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라돈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토론보다 반감기가 길고 가장 흔한 생활 방사성물질이어서다.

라돈은 건물의 갈라진 틈, 바닥과 벽의 이음새, 위로 끌어올려진 토양 등 접할 수 있는 수많은 환경에 스며 있다. 베개, 마스크와 같은 생활용품부터 콘크리트, 석고보드, 석면, 슬레이트와 같은 건축자재 곳곳에서 라돈은 쉽게 검출된다. 오래된 주택 및 회사 건물, 하수구, 배관로 역시 라돈이 나오는 곳이다.

이렇다 보니 사람의 라돈 피폭선량은 다른 방사성물질에 비해 압도적이다. 통상 인간의 연간 방사성물질 피폭선량(체내외)은 3mSv(밀리시버트) 수준이다. 이 중 라돈이 3분의 1 이상인 1.2mSv를 차지한다. 체내 피폭선량의 허용 기준치는 연간 1mSv다.

김현기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라돈은 일상생활에서 인체 피폭선량 비중이 가장 높은 물질”이라며 “허용 기준치 내에서 성인이라면 크게 지장이 없지만 어린아이는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에 가능한 한 아이를 재우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식수·자동차에서도 방사성물질 검출

가장 위험한 방사성물질인 우라늄은 반감기가 45억 년에 달한다. 우라늄은 기본적으로 식수에 포함돼 있으며 종종 기준치 이상이 검출되는 일도 발생한다. 환경부가 지난 8월 4만1141건의 소규모 수도시설 수질을 검사한 결과 감시 기준(30㎍/L)을 초과한 것이 510건(1.2%)으로 나타났다. 전국 소규모 수도시설 1000곳 가운데 12곳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라돈의 ‘어머니’인 라듐은 반감기가 1600년이다. 오래된 수자원시설이나 지하실 등에 다량의 라듐이 깔려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감기가 30년인 카드뮴은 주로 액세서리에서 검출된다. 8월에는 독일 폭스바겐의 전기자동차 배터리에서 카드뮴이 발견됐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