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동차 산업

주총서 'R&D 법인 분리' 가결…노조·産銀 반발

전면전 준비하는 노조
사장실 봉쇄 등 실력행사
내주 총파업 돌입 예고

난처해진 産銀
8000억 지원하며 얻어낸 '비토권'
'분리' 못막아 '무용지물' 논란

내수 판매 작년보다 35% 급감
"노조 파업 땐 최악 상황 우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후 2시 인천 부평 한국GM 본사 3층 카허 카젬 사장실 앞.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한국GM 지부(한국GM 노조) 소속 조합원 수십여 명이 사장실 입구를 막아섰다. 카젬 사장의 임시 주주총회 참석을 막기 위해서였다. 주총은 사장실 옆 부속 사무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한국GM은 미리 와 대기하고 있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지분율 76.96%) 등의 주주 대리인만 참석한 채 주총을 열고 연구개발(R&D)부문 분할 안건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법인 분리에 반대 의사를 밝히려던 2대 주주(지분율 17.02%)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총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노조원들이 산은 직원의 출입까지 통제하면서다.

< 노조에 막혀…주총장 못 들어간 産銀 >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19일 한국GM 주주총회가 열린 인천 청천동 본사 사장실로 들어가려다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이들은 사장실 앞을 점거한 한국GM 노조원들에게 가로막혀 주총 참석도 못한 채 돌아갔다. /연합뉴스

◆한국GM, R&D 분리 강행

한국GM은 이날 주총을 통해 생산부문 법인과 R&D부문 법인으로 회사를 쪼개기로 확정했다. 생산부문(1만여 명)은 기존 법인에 남겨 놓고 R&D 인력 3000여 명을 인적 분할해 ‘GM 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세우기로 했다.

지난 5월 한국GM에 약 8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넣기로 한 산은은 난처하게 됐다. 2대 주주인데도 한국GM의 법인 분할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산은이 한국GM의 R&D 법인 분리를 막기 위해 낸 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 17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산은은 “법적 대응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이 한국GM에 신규 자금 투자를 확약하면서 확보한 비토권(거부권)이 ‘무용지물’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산은은 5월 한국GM 정관상 주총특별결의사항(17개)을 보통주 85% 이상 찬성으로 규정한 비토권을 확보했다고 선언했다. 산은이 적은 지분(17.02%)으로도 총자산의 20%를 초과하는 자산의 처분·양도 등 17개 주요 경영사항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법인 분할은 이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가 주총장에 참석했더라도 결국 법인분리 안건 통과를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산은 관계자는 “(법인 분리는) 정관상 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한다”며 “이번 주총은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정부와 산은이 GM에 ‘당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22일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의 법인 분리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커지는 ‘노조 리스크’

노조는 전면전을 준비 중이다. 이미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마쳤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까지 신청했다. 중노위가 22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곧바로 파업할 방침이다. 노조는 사측의 R&D부문 분리를 놓고 한국 철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디자인 및 R&D 분야를 따로 떼어낸 뒤 기존 생산부문의 추가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 내 ‘몸집’을 줄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반면 노조가 ‘밥그릇 챙기기’를 위해 GM의 ‘한국 철수설’을 부추기며 법인 분리 반대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법인이 둘로 쪼개지면서 노조 힘이 약해질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업으로 회사 측을 압박해 다시 협상테이블로 끌어낸 뒤 줄어든 인건비를 보전받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업계에선 한국GM이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건 지 6개월 만에 다시 ‘노조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생산·판매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GM의 올해 1~9월 내수 판매대수는 6만6322대로, 전년 동기보다 35.3%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파업이 이어지면 한국GM이 이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GM은 지난 2월13일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하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돼 법정관리 문턱까지 내몰렸다. 석 달여 만인 5월 초에야 노사가 극적으로 희망퇴직 및 복리후생비 절감 등을 담은 자구안에 합의하면서 경영 정상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당시 GM 본사는 한국GM에 빌려준 대여금 27억달러(약 2조9100억원)를 출자전환했다. 글로벌 신차 2종을 한국GM에 배정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와 함께 GM과 산은은 10년간 43억5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의 신규 자금(뉴머니)도 투입하기로 했다.

장창민/강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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