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창궐' 스틸컷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리얼'의 뒤를 잇는 건 '창궐'이 되지 않을까.

영화 '창궐'은 조선시대 출몰한 야귀떼 소탕 작전을 담은 작품. 왕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야귀떼 소탕 작전 선봉에 서게 된 이청(현빈 분)과 야귀를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는 김자준(장동건 분)의 대립이 극을 이끄는 중심 축이다.

정체 불명의 야귀라는 존재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였고, 현빈과 장동건의 만남, 장동건의 악역 도전은 '창궐'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창궐'은 허접한 조선 좀비물이었다.

서방에서 온 한 사내가 야귀에 감염돼 있었고, 그 사람이 다른 이들을 흡혈하면서 야귀를 감염시켰다. 순식간에 온 마을에 야귀가 번졌다. 굳이 야귀라고 일컫지 않아도 될만큼 너무나 전형적인 좀비 확산 형태다. 관절을 비틀고, 입을 내밀고 돌진하는 비주얼 역시 좀비 그 자체다.

차이점이 있다면 물린 부위를 절단해 심장으로 피가 도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정도다.

/사진=영화 '창궐' 스틸컷

뻔한 소재 위에 이야기는 널뛴다.

왕자로 태어났지만 왕권에도 백성에도 관심이 없었던 이청을 사람들은 "대군 마마"라며 무조건적으로 의지하고 신뢰를 보낸다. 단순히 "세자빈과 뱃속 아이를 잘 챙겨 청나라로 돌아가라"는 형의 유지를 지키기 위해 돌아온 이청은 얼떨결에 야귀떼를 척결하며 그들의 기대를 부응하게 된다.
이런 전개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우연이 남발하고, 이야기의 맥은 뚝뚝 끊긴다. 더불어 야귀가 되거나 야귀떼에게 뜯겨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지나치게 비통하게 연출하며 눈물을 강요한다. 억지 신파다. 물론 전혀 슬프지 않다. 감정의 몰입이 될 정도로 서사가 쌓여있지 않기 때문.

수 백명의 야귀떼가 동시에 달려들어도 '주인공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를 실현하며 몸에 상처 하나 입지 않는 이청, 손을 하나 잃어도 괴력을 발휘하고 칼에 찔려도 멀쩡한 김자준, 수십미터 떨어진 궐 속을 보는 시력을 가졌지만 옆에 군대가 지나가야 그 존재를 알아챌 정도로 청력이 나쁜 덕희 등 쉽게 이해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 투성이다.

/사진=영화 '창궐' 스틸컷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여기 저기 이슈를 노린듯한 노림수도 엿보였다. "내가 이럴려고 왕이 됐나 싶다", "이게 나라냐", "백성이 있어야 왕이 있다" 등의 대사는 국정농단을 마지막 횃불 엔딩은 2016년 겨울에 계속된 촛불집회를 연상케 했다.

또한 엔딩크레딧에는 지난해 갑작스러운 사고로 고인이 된 고 김주혁도 언급했다. 김주혁은 이청의 형이자 이조(김의성 분)의 아들 세자 이영 역을 맡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을 하기전 사고를 당했고, 그의 빈자리는 김태우가 채우게 됐다.

117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빈약한 스토리, 허접한 볼거리로 2002년 충무로에 충격을 안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김수현, 이성민 등 충무로 스타들이 출동했지만 충격적인 전개로 관객 47만 명을 모으는데 그친 '리얼'의 뒤를 잇는데 '창궐'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창궐'의 제작비는 170억 원. 개봉 전 19개국에 팔리면서 국내 관객 순익 분기점은 38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창궐'이 그만큼의 관객을 모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런닝타임 121분.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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