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린다고 집값 안 잡혀
통화정책 함부로 써서는 안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정부와 여당 내에서 기준금리 인상론이 불거진 데 대해 정색하고 비판했다. 1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에 부동산 가격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통화정책을 하려면 자산 가격 동향을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며 “하지만 통화정책이 주택 등 자산 가격에 대한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대책에 통화정책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최근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수도권 부동산 과열의 책임을 과도한 유동성 탓으로 돌리며 한국은행에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사례가 이어진 것에 반박하는 차원이다. 이달 들어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잇따라 시중 유동성 때문에 부동산이 잡히지 않는다며 금리 인상을 압박했고 지난 13일엔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준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통화정책은 부동산 가격 조정 수단으로써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그는 “주택 가격 상승은 금리의 영향도 있지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반대로 금리를 내렸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한은은 2004년 12월부터 2008년 9월까지 3년9개월간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5.25%까지 끌어올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 기간 전국 부동산 매매지수는 오히려 33.9% 치솟았다. 이 총재는 이처럼 금리를 올리더라도 경기 상황이 좋고 흑자폭이 커서 유동성이 풍부하면 집값이 크게 오르는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2014년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총재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척하면 척 아니겠느냐’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며 “이 총재가 과거 논란 때문에 금리 결정은 외부 압박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