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 무슨 일이?

직무정지 명령 받은 유선주 국장
김상조 위원장 향해 저격
"김상조, 법 위에 있다 생각…헌소 낼 것"

전직 간부 재취업 비리 악재에다
전속고발권 포기에 실망감도 커
직원 60여 명 "타 부처 보내달라"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락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사기충천’하던 공정위다. 정권 실세가 위원장이 되면서 경제부처 맏형 격인 기획재정부보다 힘이 더 세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 공정위가 최근 조직 내분에 휩싸였다. 위원장과 간부가 직무정지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공정위의 독점 권한이던 전속고발권까지 검찰에 양보하면서 직원들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본부 직원 60여 명이 타 부처 전출을 희망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상조 vs 부위원장·국장 충돌

김상조 위원장의 인선은 작년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이뤄졌다. 경제부총리보다 앞서 김 위원장이 지명됐다. ‘공정 경제’를 전면에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위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더구나 참여연대 출신이자 진보 경제학자인 김 위원장 발탁으로 공정위 내부에서도 ‘실세 장관’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취임한 지 1년4개월 만에 공정위 내부에서는 “1981년 부처 설립 이후 최대 위기”란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김 위원장에 의해 직무정지를 당한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전원회의와 소회의의 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록 및 녹음해 보관하고 상임·비상임위원과 기업·로펌의 면담을 금지하려는 시도를 윗선에서 조직적으로 막았다”고 폭로했다. 김 위원장이 내부 개혁을 막았다는 취지다.

유 국장은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자신이 법적 절차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상위 권력자가 마음대로 부하 직원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구두로 직무정지를 한 것은 위법이므로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유 국장은 판사 출신으로 2014년부터 공정위에서 근무하고 있다. 유 국장은 “공정위에 와 보니 전원회의와 소회의 등이 끝나면 회의에 참석했던 직원들이 로펌에 간 퇴직자에게 전화해 중간보고를 하듯 내용을 알려주더라”며 “과징금 규모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는데 그런 정보까지 알려주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문화를 바꾸려고 애썼는데 그것 때문에 조직에서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유 국장이 부하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내부 제보가 잇따라 위원장 지시로 소명 때까지 일시 직무정지를 했다”며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갑질을 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철호 부위원장도 과거 중소기업진흥공단 재취업 과정의 문제로 김 위원장으로부터 직무정지를 당하고 국감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로 젊은 직원들 동요

공정위 상층부 갈등을 두고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내부 젊은 직원들의 사기도 뚝 떨어졌다. 한 서기관은 “공정위가 출범 후 최대 위기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다른 공정위 직원은 “선배 공무원들의 재취업 비리가 터지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정위 권한인 전속고발권을 둘러싸고 검찰과의 싸움에서 공정위가 졌다는 데 대해 내부 불만이 터지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검찰이 줄곧 요구해온 전속고발권 폐지를 ‘가격·공급 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경성담합’에 한해 받아들이기로 했다.

신입 사무관들의 공정위 선호도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행정고시 2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부처 선호도 설문조사를 보면 공정위는 8위로 처졌다. 작년과 2016년에는 같은 조사에서 모두 4위를 차지했다.

이러다 보니 내부에선 ‘엑소더스(대탈출)’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반기 공정위에서 타 부처로 전출을 희망한 사람은 6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직원이 6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명 중 1명이 전출을 바라고 있다는 얘기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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