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 본래 죄는 없었을 텐데, 애꿎게 그를 빌려 사람의 못난 행위를 꼬집는 단어들이 있다. 우선 금수(禽獸)가 그렇다. 날짐승(禽)과 네 발에 털을 갖춘 짐승(獸)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말 쓰임에서 이 단어의 뜻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의관금수(衣冠禽獸)라고 하면 옷과 갓을 걸친 짐승이다. 겉은 모양을 그럴듯하게 갖췄으나 속은 더러움으로 차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리나 개의 속내를 지닌 사람에게는 낭심구폐(狼心狗肺)라는 표현이 따른다.

금(禽)은 대개 날짐승을 지칭할 때가 많지만 원래의 뜻은 일반 짐승 모두를 가리켰다. 초기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풀이가 그렇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조류(鳥類)만 지칭하는 글자로 쓰였다. 비금주수(飛禽走獸)라는 성어가 그 예다.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의 뜻이다.

일상에서 자주 쓴다. 사나운 새는 맹금(猛禽)이다. 진기한 새는 진금(珍禽), 산새는 산금(山禽), 들판의 새는 야금(野禽)으로 적었다. 명금(鳴禽)은 고운 소리로 우는 새, 북녘 하늘로 나는 기러기는 삭금(朔禽), 얕은 물가에서 노니는 긴 다리 새는 섭금(涉禽)이다.
닭은 덕금(德禽)으로 부른다. 머리에 난 볏이 의젓한 갓을 상징해 문(文)의 기질을 갖췄으며, 발톱은 용맹의 무(武), 먹이를 봤을 때 동료들을 부르는 행위는 어짊, 때에 맞춰 우는 모습은 신뢰를 상징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집에서 기르는 조류 일반은 가금(家禽)이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비꼬는 단어로도 조합을 이룬다.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금문(禽門)은 정욕(情欲)을 주체하지 못해 동물의 경계에 머무는 사람을 일컫는다. 금축(禽畜)으로 적으면 동물, 즉 금수(禽獸)와 마찬가지 뜻이다. 다 사람 노릇 못하는 존재들이다.

제 혈연을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하다가 슬쩍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한 공공기관이 화제다. 취업을 갈망하는 젊은이들을 좌절케 하는 비열한 짓이다. 어둡고 불길한 그 마음이 정말 짐승만도 못하다. 얼굴은 멀쩡하게 사람의 것인데 속내는 동물과 다를 게 없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면 과한 지칭일까.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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