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임랄디' 유럽 출시

면역치료제 '휴미라' 특허 만료
암젠·산도즈 등도 복제약 잇단 출시
삼바, 유럽 승인 4종 모두 시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연 매출 21조원에 달하는 세계 1위 블록버스터 의약품 복제약 시장에 도전한다. 이 회사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임랄디를 유럽에서 출시했다. 휴미라는 지난해 유럽 매출만 5조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암젠 등 3개 제약사도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해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임랄디 유럽 출시…시장 규모 5조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7일(현지시간) 유럽에서 임랄디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임랄디는 류머티즘관절염, 건선,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약이다. 몸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를 억제하는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다. 임랄디 유럽 판매는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이 맡는다. 바이오젠은 임랄디를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동시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나라는 유럽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휴미라의 오리지널 제약사인 미국 애브비와 특허분쟁 종료를 조건으로 유럽에서 복제약을 출시하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 4월 맺었다. 이번 출시는 이 계약의 결과물이다. 애브비는 휴미라 관련 특허만 100건이 넘고 권리관계가 복잡해 세계 곳곳에서 소송에 시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애브비가 분쟁을 끝내기 위해 미국 시장을 지키는 대신 유럽은 복제약 제약사들에 풀어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판매 허용 시기는 2023년 6월 이후다.

분쟁 종료를 조건으로 유럽 판매를 허용받은 제약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외에도 암젠, 산도즈, 후지필름교와기린(FKB)·마일란 등이 있다. 암젠과 산도즈는 휴미라의 유럽 특허가 만료된 다음날인 지난 16일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다. FKB·마일란도 이달 중 유럽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판매 경험·노하우 활용”
휴미라의 세계 시장 매출은 2위와 비교가 안 된다. 2위인 셀진의 다발골수종 의약품 레블리미드(약 10조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복제약 제조사들이 휴미라의 특허가 만료되면 즉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준비한 이유다. 임랄디는 출시되자마자 오리지널 외에도 3개 바이오시밀러와 경쟁하게 된다. 5개 회사가 유럽 시장 5조원을 똑같이 나눠 가진다고 가정해도 한 회사당 확보하는 시장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젠은 이번 출시 전에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유럽에서 판매한 경험이 있다. 같은 방식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하고 바이오젠이 유럽에서 판매한 베네팔리와 플릭사비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반면 경쟁사인 암젠, FKB·마일란은 유럽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판매한 경험이 없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앞선 경험과 노하우를 임랄디 판매에도 십분 활용할 계획”이라며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함께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미라는 인젝터(자동 주사기)를 주사 부위에 대고 누른 뒤 버튼을 작동시켜야 하지만 임랄디는 주사 부위에 대기만 하면 된다는 점과 제품 수명이 휴미라는 24개월인 데 비해 임랄디는 36개월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고한승 “시밀러 4종 유럽 출시 완료”

임랄디 출시로 삼성은 유럽 시장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세 종류의 TNF-α억제제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TNF-α억제제 세계 시장은 애브비의 휴미라와 화이자의 엔브렐,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가 주도하고 있다. 휴미라는 환자가 직접 2주마다 주사를 놔야 하는 피하주사 치료제다. 화이자의 엔브렐은 매주 환자가 주사를 놔야 하는 피하주사제다. 레미케이드는 환자가 6~8주마다 병원을 찾아 세 시간 정도 주사를 맞아야 하는 정맥주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6년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와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플릭사비를 각각 출시했다.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까지 출시하면서 TNF-α억제제 파이프라인이 완성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개 자가 주사를 맞지 못하는 환자는 레미케이드를, 고령층이라 결핵 부작용 위험이 있는 환자는 엔브렐이나 휴미라를 처방한다”며 “유럽 환자들은 이들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로 삼성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사진)은 “임랄디 출시로 인해 그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에서 승인받은 바이오시밀러 제품 4종이 모두 출시됐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품질 바이오의약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병훈/이지현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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