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 겹친 중국 증시
경기둔화 우려· 무역분쟁 심화 … 투자심리 급속 악화
국내 출시 中펀드 167개 평균 수익률 올들어 -20%
"지금 들어가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브릭스' 국가 투자 신중히 접근해야
인도, 증시 고평가에 유가 상승 겹치며 주가 급락
브라질·러시아, 유가 상승 덕에 지수 반등했지만
정치 불안·통화정책 변수 등 악재 여전

중국 증시가 침체의 늪에 빠졌다. 경기 둔화 우려에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올 들어 23% 떨어졌다. 지난 11일에는 전날 미국 증시가 급락한 영향으로 하루 만에 5.22% 급락하기도 했다. 상하이와 선전 두 거래소를 합쳐 3000여 개 종목 가운데 1100여 개에 달하는 종목이 이날 하한가를 기록했다. 위기는 중국 증시만의 얘기는 아니다. 신흥국 투자의 대표격인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 가운데 중국을 포함한 나머지 증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인도는 증시 고평가 논란에 유가 상승이 겹치며 지난 9월부터 주가가 급락했다.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과 러시아는 반대로 유가 상승의 덕을 보며 최근 지수가 빠르게 반등했지만 정치 불안 등 변수가 남아 있어 낙관하기 힘들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 분석이다.

“中 증시, 전례 없이 많은 위험에 노출”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 12일 2606.91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이날은 0.91% 오르며 반등했지만 전일에는 2600선 아래인 2583.46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2600선 밑으로 떨어진 건 2014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에 출시된 중국 펀드 167개 평균 수익률도 올 들어 -20.90%, 최근 1주일 동안에만 -7.04%로 부진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국채금리 상승, 중국 경제 둔화 우려 등 각종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기업들의 수출이 어려워지자 제조업 지표 등이 고꾸라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8월(51.3)보다 0.5포인트 떨어진 50.8에 그쳤다. 2017년 5월 이후 1년4개월 만에 가장 낮다. PMI 50 이하는 경기 수축을, 이상은 확장을 뜻한다. 레이먼드 마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은 국가 부채 규모가 크고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등 전례 없이 다양한 리스크(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내놓은 증시 부양책도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7일 지급준비율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건 올 들어 네 번째다. 또 중국 정부는 자산관리상품(WMP)을 통한 주식 투자를 허용하는 등 증시 부양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상 바닥에 근접했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투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초 중국에서 신용 거품이 터지며 금융위기설이 나돌 때 상하이 종합지수가 260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며 “지금 경기 둔화는 맞지만 위기 상황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당시와 비슷한 상황까지 떨어진 것은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만으로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국 증시가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인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될 시기를 예상할 수 없어서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에 투자하려면 단기 투자가 아니라 적어도 2~3년 이상 장기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 조언이다.

“신흥국 정치 변수 주시해야”

중국을 포함한 나머지 브릭스 국가들도 투자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인도 증시는 올 상반기만 해도 신흥국 가운데 홀로 승승장구했지만 유가가 4년여 만에 최고치까지 오르면서 유탄을 맞았다. 올 들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인도 펀드 25개 수익률은 -18.78%로 고꾸라졌다.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과 러시아는 고유가 덕에 수익률이 반짝 반등했다. 최근 한 달 동안 국내에 출시된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19.12%, 러시아 펀드는 8.2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이 -3.59%임을 감안하면 뛰어난 성과다.

두 나라 증시가 단기 반등에 성공했지만 추세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가격 매력이 부족한 데다 러시아엔 추가 경제 제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브라질은 대선에서 누가 당선이 돼 얼마나 정치를 안정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시장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 센터장은 “최종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기존 정당 정치 경험이 부족한 아웃사이더”라며 “만약 당선 후 기존 정당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연금 등 개혁 추진 동력이 생기겠지만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브라질의 정치적 혼란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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