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4주년 - 혁신성장, 성공의 조건

미국 - 뉴욕
뉴욕 스타트업만 1만3000개

닷컴버블·금융위기 직격탄 맞자
'도시가 스타트업' 슬로건 내걸어
稅혜택·창업교육·자금유치 3박자

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기술 혁신은 미국 뉴욕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지난해 9월 맨해튼 루스벨트아일랜드에 문을 연 코넬테크(Cornell Tech) 준공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코넬테크는 블룸버그 전 시장이 뉴욕을 ‘제2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겠다며 유치한 공과대학원이다. 그는 2011년 사비 1억달러(약 1130억원)와 함께 99년간 무상으로 빌려주는 맨해튼 땅 18만5000여㎡를 내놓고 공과대학원 신설을 추진했다. 스탠퍼드 MIT 등 18개 유명 대학이 지원했고 코넬대가 최종 선정됐다.

씨티그룹, 헤지펀드 투시그마 등 뉴욕 기업들이 함께 입주해 산학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이버보안, 컴퓨터과학 등을 연구하고 있다.

금융산업 비중이 높은 뉴욕은 2001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큰 부침을 겪었다. 여기에 금융업과 미디어, 패션업 등 주력산업이 핀테크와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기술의 부상으로 활력을 잃어갔다.

다행히 뉴욕엔 1990년대부터 자생적으로 성장한 실리콘앨리가 있었다. 맨해튼의 첼시, 유니언스퀘어 일대에 들어선 정보기술(IT)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밀집지역이다.

2002~2013년 시장을 지낸 블룸버그는 금융업이 불황 직격탄을 맞자 뉴욕 전체를 실리콘앨리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도시가 스타트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업보육센터를 확충하고 엔젤투자기금을 설립했다. 대학 내 창업기업엔 10년간 지방세와 법인세, 부동산세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개인소득세까지 면제해줬다.
기술인재 파이프라인(TTP) 프로그램을 통해선 청년들에게 창업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또 ‘디지털 NYC’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뉴욕시가 보유한 각종 행정정보를 공개했다. 이를 가공해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올해 9500만달러를 모금한 설립 7년차 기업 이니그마가 대표적이다.

뉴욕시는 이런 사업들을 직접 진행하지 않았다. 민간의 아이디어를 받아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코넬테크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공공의 개입은 최대한 적은 게 좋다”고 말했다.

뉴욕은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 보스턴과 함께 미국의 3대 창업 권역으로 우뚝 섰다. 디지털NYC에 따르면 뉴욕시에 자리잡은 스타트업은 1만2935개에 달한다. 사무실공유 업체 위워크, P2P(개인 간 거래) 대출업체 렌도, 크라우드펀딩 업체 킥스타터, 핸드메이드 쇼핑몰 엣시, 배달앱 블루에이프런 등이 대표적이다.

뉴욕시의 주목되는 또 다른 혁신 프로젝트는 중소 제조업체를 지원하는 ‘메이드 인 뉴욕시티(MINYC)’ 캠페인이다. 브루클린의 GMDC(제조업지원센터)는 ‘프랫’이라는 비영리기관이 공공기금과 기업 기부금 등을 모아 2015년 세웠다.

뉴욕시엔 7000여 개 중소 제조업체가 있고, 이들 기업은 약 6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 중 MINYC의 지원을 받은 업체는 1258개에 달한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혁신생태계 조성 노력은 빌 드블라시오 현 뉴욕시장에게 계승됐다. 드블라시오 시장은 지난해 뉴욕웍스(New York Works)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사이버 보안과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 제조업 등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업에 대규모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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