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광 생활경제부 기자 ahnjk@hankyung.com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 TV홈쇼핑 관계자들이 나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홈쇼핑 채널의 연계편성 문제를 지적한 탓이었다. 연계편성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특정 상품의 효능과 장점을 소개할 때 인접 채널 홈쇼핑이 그 시간에 맞춰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아침 방송에 전문가들이 나와 “아로니아가 몸에 좋다”고 하면 홈쇼핑이 같은 시간 아로니아를 파는 식이다.

이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납품업체들이 홈쇼핑에 줘야 하는 연계편성 수수료율이다. 일반 수수료(약 30%)보다 훨씬 높은 38~54%(매출 대비)에 달한다. 홈쇼핑 관계자들이 고개를 숙인 것도 이 대목이다. 해명도 물론 했다. “매출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금액을 받다 보니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수수료율을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나왔다.
논의는 이것으로 끝났다. 아쉬웠다. 연계편성에 따른 피해자가 납품업체뿐일까. TV 방송에서 건강식품 효능을 다룬다면 많은 사람이 해당 식품을 사려고 한다. 방송을 대체로 믿기 때문이다. 방송의 공공성, 신뢰는 이럴 때 큰 효력을 발휘한다. 같은 시간에 인접 채널의 홈쇼핑이 해당 식품을 판매한다면 소비자는 현혹될 가능성이 높다. 홈쇼핑의 주된 소비자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이어서 더 그렇다. 납품업체들이 ‘상식적이지 않은’ 수수료를 주는 이유다. 연계편성의 최대 피해자는 납품업체가 아니라 소비자일 가능성이 있다. 수수료 문제를 다루려 했다면 ‘연계편성은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를 먼저 했어야 한다.

홈쇼핑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연계편성을 없애는 것도 논의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른 홈쇼핑도 다 한다’는 게 이유였다. 연계편성을 없애면 홈쇼핑 수익이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른 상품을 방송해도 비슷한 매출은 낸다”고 한다. “다만 정액제로 해서 쉽게 벌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업계 선두 기업이 먼저 나서 스스로 없애면 될 일이다. 요즘은 평판이 돈보다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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