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부동산 대책’ 이후 한달

매도·매수자 '눈치보기'
작년 '8·2 대책' 학습효과
집값 급락 안하고 혼조세

잠실·개포 재건축 호가 빠져
상계·불광·길음 등 강북선
종부세 피한 아파트 '신고가'

< 강남 아파트 호가 하락세 >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급매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서울 잠실의 부동산 중개업소.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호가가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가량 떨어졌다. 고가주택을 겨냥한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아 매수자와 매도자들이 ‘눈치보기’에 들어간 결과로 분석된다.

◆강남권 하락세…강북권은 상승세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9·13 대책 이전 전용 76㎡ 호가가 19억4000만원까지 올랐던 송파구 잠실동의 대표 재건축단지인 잠실주공5단지는 최근 18억20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매수 대기자에게 1억원 떨어진 급매를 팔려고 연락하면 1억~2억원은 더 떨어지지 않겠느냐며 망설이는 반응을 보인다”며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한 데다 이번 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 부담마저 늘어나고 대출까지 어려워진 탓”이라고 전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도 대책 전보다 1억원 떨어진 17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1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역시 전용 83㎡ 호가가 9월보다 6500만원 낮은 19억1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계약일 기준)은 2974건으로 8월(1만2774건)에 비해 75%나 줄었다. 작년 9월(6355건)과 비교해도 47% 수준이다. 이달 중순까지의 거래량도 183건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분의 1로 떨어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정부 대책의 효과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호가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 급매 거래가 하나둘 이뤄지기 시작하면 강남권의 하락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8·2 대책’보단 영향력 약해
강남권 일부 지역은 호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13 대책 발표 이후 한 달간(9월17일~10월8일) 서울 아파트값은 0.52% 올랐다. 대책 발표 전 한 달간(8월13일~9월10일) 1.74% 오른 것보단 상승폭이 줄었지만 열기가 완전히 꺼진 상태는 아니다.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발표 한 달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0.14% 떨어졌다.

강남에 비해 가격이 낮고, 대부분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 강북권은 오히려 매수자가 몰리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도 나타났다. 노원구 상계동 불암현대 전용 84㎡는 직전 신고가보다 1억4000만원 높은 5억원에 실거래됐다. 직전 신고가는 지난달 거래된 3억6000만원이었다. 상계동 S공인 관계자는 “다른 지역보다 뒤늦게 불이 붙어서 그런지 대책 후에도 매수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래미안 전용 59㎡는 지난달 신고가를 깬 6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동부센트레빌 전용 84㎡도 7억원대를 돌파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종부세 강화로 세금 감면 혜택이 중요해졌다”며 “양도세 감면 혜택이 유지되는 6억원 이하 신축 아파트가 많은 서울 강북지역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작년 대책 후 하락했던 집값이 연말부터 다시 상승했던 것을 경험한 ‘학습효과’로 매도자와 매수자들이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매도자는 아파트를 팔기 어렵고, 매수자는 가격이 더 떨어질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관망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라며 “내년 종부세가 가시화되기 전에 매각하려는 집주인들이 나서기 시작하면 대책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양·경매시장은 여전히 ‘후끈’

신규 주택 청약 시장 열기도 지속되고 있다. 9·13 대책 직후인 지난달 18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 꿈에그린’ 잔여 2가구 모집에 평균 1800여 명이 몰렸다. 지난달 20일 대구 수성구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범어 센트럴’은 평균경쟁률 29.9 대 1을 냈다. 같은 날 대구 달서구에선 372가구를 모집한 ‘진천역 라온프라이빗 센텀’이 평균경쟁률 110.79 대 1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은 9·13 대책 직후 한동안 숨고르기 장세를 겪었으나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9·13 대책 발표 이후 103.7%로 떨어졌던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이달 들어 대책 이전 수준인 108.1%로 급등했다.

윤아영/선한결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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