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2019년 봄·여름 파리 패션위크

삼삼오오 발랄하게 뛰며 넓은 모자챙을 만지작거리는 모습, 여성들이 신발을 들고 맨발로 해변을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 그야말로 여유가 넘치고 자유분방한 여성들의 미소였다. 열흘간의 대장정 끝에 지난 3일 막을 내린 ‘2019 봄·여름 파리 패션위크’ 얘기다.

이번 패션위크에서는 자유를 향한 여성들의 갈망, 우아하고 세련된 여성미 등 ‘페미닌 패션’을 주제로 한 100여 개 명품 브랜드 쇼가 진행됐다. 간혹 드레스를 차려입고 천천히 무대를 거닐며 우아함을 강조한 브랜드도 있었지만, 대부분 브랜드는 자유분방한 소녀 같은 모습을 부각했다.

◆넓은 챙 모자·여유로운 핏, 트렌드

색감과 소재를 잘 쓰기로 유명한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는 올해도 어김없이 여유로운 핏(fit)의 옷을 선보였다. 천을 주름 잡아 만든 러플, 잘 늘어나는 소재로 걸을 때마다 출렁이게 한 바지 등 각각의 특징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특히 와이어를 안에 넣어 모양을 손으로 바꿀 수 있는 챙 넓은 모자가 눈에 띄었다. 모델들은 피날레 무대에 경쾌하게 뛰어나오며 모자를 새로 고쳐 쓰기도 하고, 다른 모델의 모자 모양을 잡아주기도 했다. 흰색과 검은색은 물론 그린, 레드, 오렌지, 블루 등 다양한 색을 과감하게 매치해 발랄한 느낌을 강조했다.

프랑스 대표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이자벨 마랑은 올해 무대를 디스코장으로 변신시켰다. 화려한 은색 장식이 너풀거리는 무대 위를 숏팬츠,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이 도도하게 걸어나왔다. 이자벨 마랑 브랜드를 대표하는 헐렁한 재킷과 니트, 앵클부츠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흰색 데님과 색 바랜 연청 등 여성미를 강조한 의상이 여럿 등장했다.

또 다른 프랑스 대표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 소니아리키엘은 길거리를 무대로 선택했다. 앤 히달고 파리시장은 이번 소니아리키엘 쇼를 찾아와 2016년 별세한 소니아 리키엘을 “파리지엥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그가 자주 찾던 청과물시장 근처 레프트뱅크 거리 이름을 ‘소니아 리키엘 거리’로 바꿨다. 파리시가 특정 디자이너의 이름을 따서 거리 이름을 지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니트를 가장 잘 다룬다는 평을 듣는 브랜드답게 소니아리키엘은 이번 쇼에서 몸의 굴곡을 따라 흐르는 니트를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길게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니트 상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니트 스커트, 실로 짠 가방 등 여성스러운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관객들 깜짝 놀라게 한 샤넬

칼 라거펠트의 샤넬은 이번에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우주선 마트 폭포 숲 등 다양한 콘셉트를 선보여온 샤넬은 이번엔 잔잔한 파도가 치는 해변으로 그랑팔레를 변신시켰다. 맨발의 ‘샤넬걸’들은 샌들을 손에 든 채 도도하게 걸어나왔다. 모래를 툭툭 털고 신발을 신은 채 나무로 된 뒷줄의 무대를 걸어가는 것으로 쇼를 마무리했다. 쇼의 피날레는 이들이 한꺼번에 해변가를 걸어나오면서 끝났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까르르” 웃는 모델들은 진짜 휴가라도 온 것마냥 즐거운 한때를 연출했다.

자유를 향한 갈망을 드러낸 브랜드도 있었다.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톰브라운은 두 팔을 묶은 듯한 재킷과 코트, 발걸음이 부자연스러워보이는 아주 높은 구두, 얼굴을 가린 가면 등을 선보였다. 형형색색의 과일, 동물 등을 테마로 제작한 의상, 모자, 가방 등은 발랄한 봄·여름의 정취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의 패션수석평론가인 버네사 프리드먼은 “여성들을 부자연스럽게 묶어놓은 듯한 톰브라운은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며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조각조각 일일이 이어붙인 화려한 드레스는 페미닌 패션의 극대화와 수작업의 예술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파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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