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의 家톡 (13) 땅의 스펙

전원주택을 지을 때 입지는 자신의 노력과 힘만으로 바꿀 수 없는 원천적인 가치다. 다만 그것을 볼 수 있는 안목과 정당한 대가를 지급할 능력은 뒤따라야 한다. 안목은 많이 보러 다닌다고 길러지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심성, 그 속에 있는 건전한 상식의 질량, 땅을 보는 주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 정도에 따라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질곡에 빠질 수도 있고 진흙 속의 진주를 찾을 수도 있다.

땅을 정하면 땅과 집에 대한 ‘스펙(기기 또는 시스템 성능의 일체)’을 점검할 차례다. 이 대목에서 나는 항상 한숨이 나온다. 땅에 점찍기는 그래도 사람마다 어느 정도 공을 들이는데 땅과 집의 스펙에는 무신경할 때가 많다. 벽지와 가구, 조명, 마루판을 무엇으로 치장할지 고민하는 게 스펙 체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건 스펙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테리어 마감을 할 수 있게 하는 구조체, 그리고 집을 기능하게 하는 설비 시스템에 있다. 구조체에 대한 게 집의 스펙이고 설비 시스템에 관한 것이 땅의 스펙이다. 그게 기본이다.

일단 땅이 만들어지면 그 위에 지어지는 집이 어떻게 기능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집은 사람의 순환기 구조와 똑같다. 물과 공기를 들여야 하고 사용한 것은 배출해야 한다. 그걸 운용하는 것이 설비 시스템이다. 설비 시스템은 대부분 땅속으로 들어간다. 들이는 물(상수도)과 버리는 물(하수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제일 먼저 봐야 한다. 아무리 풍광 좋은 곳이라도 식수 공급이 안 되면 집을 지을 수 없다.

상수도 공급지역이 아니면 땅을 계약하기 전에 지주의 양해를 얻어 지하수 개발업체에 기초 지질조사를 의뢰하든지, 계약조건에 이를 명시해 지하수 매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엄격한 음용수 기준을 적용해 제대로 설비를 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상수도 공급지역엔 대개 하수도까지 같이 공급되지만 마을 상수도는 예외다. 상하수도 공급지역이라면 일정 금액의 분담금이 있다. 사전에 비용을 확인해야 한다. 종말처리장이 연결되지 않는 지역엔 개별 정화조를 설치해야 한다. 인접한 필지끼리 연합해 공동 정화조를 설치할 수는 있지만 유지, 관리 비용과 소유권 변경 시 이용권 문제까지 얽혀서 쉽지 않다. 결국 단독 정화조를 설치할 수밖에 없어 비용이 과하게 들어간다.

마당에 쏟아지는 빗물을 배수할 우수관로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 시 우수관로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위치에 집수정을 설치해야 하고 관경을 강우량에 맞춰서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전기, 가스 인입이 어떻게 되는지도 필수 확인사항이다. 모든 설비 시스템이 완비된 단지 내 필지와 일반 나대지는 부대토목 비용이 평당 5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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