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규칙 개정안' 논란

주택 문제에 징역 3년은 지나쳐
"투기잡겠다 의욕 앞서 과잉규제"
전문가들 "시행규칙, 위헌 소지"

1주택자 '갈아타기' 수요 무시
6개월내 팔려면 손실 불가피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가 기존 집을 정해진 기간 내 팔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개정안이 나오자 과도한 징벌적 규제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다음달 말부터 규제지역에서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는 새집에 입주한 뒤 6개월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처벌이 과도할 뿐만 아니라 시행규칙에 형사처벌 적용까지 담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시행규칙으로 형사처벌?

국토교통부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후속 조치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국토교통부령) 일부개정안’을 12일 입법예고했다. 국토부는 “개정안에 따라 청약받은 1주택자가 집을 처분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는 등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3년 이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고 밝혔다.

다만 집을 팔기 위해 매물로 내놓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으나 시장 상황에 의해 집을 팔지 못한 경우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국토부는 청약받은 1주택자가 고의로 기존 주택을 기한 내 팔지 않는 것을 주택법상 ‘공급 질서 교란 행위(주택법 제65조1항)’로 간주해 주택법 제101조의 벌칙을 적용해 형사처벌 기준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주택법 제65조1항은 ‘누구든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 법에 따라 건설, 공급되는 증서나 지위 또는 주택을 공급받거나 공급받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규칙 개정안의 형사처벌 사유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규칙 개정안에 포함된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며 “국토부의 자의적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원칙)에 의해 기존에 없던 내용을 새로 처벌할 땐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유재산 처분 문제가 ‘범죄’냐 논란

1주택자의 청약 당첨 후 주택 처분 문제가 과연 징역형을 받을 만큼의 범죄에 해당하느냐를 놓고도 논란이 거세다. 주택법상 사업자가 아닌 개인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경우는 청약통장 불법 매매, 분양권 불법 전매 정도다. 최 변호사는 “정부가 투기를 잡겠다는 욕심이 앞서 형사처벌 거리가 아닌 것을 형사처벌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일반 개인의 주택 처분 문제에 형사처벌을 적용한 적이 없다”며 “정부가 너무 조급한 나머지 과도한 처벌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고 했다.

집을 팔아야 하는 기간이 촉박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출 규제에선 기존 주택 처분 기한이 2년인 데 비해 청약은 입주 가능일로부터 6개월로 짧다. 국토부는 청약 당첨 후 입주까지 2~3년이 걸리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심 교수는 “주택 매매는 대부분 이사 시점에 이뤄진다”며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집을 팔라고 하면 금전적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청약을 바라는 사람들을 무주택에 머물도록 강제하는 쪽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주택가격 안정책으로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를 원천 봉쇄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야당도 반발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국토부가 황당한 정책을 내놨다”며 “집 못 판 죄로 징역 3년 간다는 황당한 나라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나라다운 나라냐”고 비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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