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투자자들 높아진 금리 환경 깨닫고 반응"

미국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이틀 연속 폭락하자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시작된 주가 폭락은 아시아와 유럽으로 번졌고 11일에도 혼란이 이어졌다.

뉴욕 증시의 3대 주요 지수는 이번 주 들어 모두 5% 넘게 하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800포인트 넘게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500포인트 이상 하락해 이틀간 1,400포인트가량 폭락했다.

S&P500 지수는 전날 3.3%, 이날 2.1% 각각 하락했다. S&P 500 지수는 트레이더들이 중요하게 보는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져 미국 증시의 강세장이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나스닥 지수는 이날 한때 이전 고점보다 10% 하락해 조정장에 진입했었다.
그러나 12일 아시아 증시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주가지수가 전날의 충격에서 벗어나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번 주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는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최근의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꼽힌다.

증시 랠리 때마다 자신의 경제정책 성공 덕분이라고 자화자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연준이 미쳤다"면서 화살을 연준의 금리 인상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짐 크레이머는 11일 자신이 진행하는 CNBC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공개적으로 공격하지는 말았어야 한다면서도 "연준이 긴축 정책을 너무 공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주 미국의 기준금리가 통화 완화적이거나 긴축적이지도 않은 '중립 금리'에서 아직 멀었다면서 금리 인상을 계속할 뜻을 밝혔었다.

크레이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공격적인 금리 발언에서 후퇴해 "모든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 말한다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는 미국 증시 상승세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으면 글로벌 성장에도 연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연준이 최소한 내년 말까지는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이번처럼 취약한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는 '긴축 발작'이 발생하는 것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연준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3번 인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 57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들은 모두 연준이 올해 추가로 1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3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한 사람이 42%였고 21%는 4차례 인상을 점쳤다. 지난달 설문에서 이 비율은 각각 41%와 17%였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대부분 국가의 올해와 2019년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찰리 리플리 알리안츠투자운용 선임전략가는 "(주가 하락이)전보다 높은 금리 환경에 있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은 투자자들의 반응"이라면서 "금리가 더 상승하면 통상 금융 여건이 긴축적으로 되고, 그에 따라 앞으로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 주식시장이 이에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시장은 빠르게 치솟는 미국 국채 금리를 주시하고 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등의 금리를 정할 때 쓰이는데 7년 만에 최고로 올랐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미국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해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0일 미국 재무부의 국채 입찰에서는 수요가 전년에 못 미쳤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주가 폭락에서 가장 타격이 컸던 것은 'FAANG'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다.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의 모기업 알파벳 등 5개 대형주는 10일 하루에만 시가총액 1천720억달러가 사라졌다. 이날 아마존 주가는 6.2% 하락했고 넷플릭스의 주가도 8.4% 내렸다.

몇 달 전부터 미국 IT주의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페이스북은 신규 이용자 증가 둔화에 사용자 정보 유출 파문 등까지 겹쳐 7월 이후 시가총액이 30% 이상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속 성장하는 기술주가 최근 몇 년간 투자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아왔으나, 미국 경제가 더욱 활력을 보이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더 값싼 '가치주'를 찾아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컴퓨터 기반 투자 때문에 주가 폭락세가 더욱 커졌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미국 월가에선 강세장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은 미국 주식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CNBC 방송에서 미국 증시가 글로벌 주식 시장과 계속 다른 길을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주식 시장은 12개월 만에 최저로 하락했다"면서 "S&P 500도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마크 유스코 모건크릭자산관리 최고경영자는 투자자들이 현저한 증시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의 합당한 가치는 지금보다 40∼50% 낮을 것이라면서 다만 주가가 그만큼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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