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경기와 한·미 정책금리 격차 등을 고려해 한국은행이 더이상 금리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제2금융권에 대출이 집중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내외 금융사 잇따라 "한은, 10월 금리 인상 전망"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투자사들이 잇따라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의 금리 인상 시점을 기존 11월에서 10월로 수정한다"며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2%) 가까이 나오는 등 금리 인상을 위한 조건이 충족됐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올라 한은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투자사들도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었다.

KB증권은 "9월 소비자물가가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고, 3분기 1.6%에 이어 4분기 2.2% 물가전망을 감안하면 한은이 7월 제시한 하반기 1.8% 물가전망은 무난하게 도달될 것"이라며 "실물경기 둔화 가능성은 있지만 4분기에 물가상승압력 확인, 금융안정 등을 근거로 10월 금리인상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등도 한은이 10월에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놨다.

미국과 정책금리 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지면서 경계감도 높아졌다. 한은이 10월과 11월에 금리를 동결하면 한미금리차는 연말에 1%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한은은 오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금리 인상 깜빡이는 이미 켜두었다. 지난 7월에 이어 8월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왔다.

◆상반기 말 가계부채 1531조…금융위원장 "취약차주 상환부담 완화 정책"

대내외 요건을 취합했을 때 연내 금리인상에 무게가 실리지만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다. 금리인상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이스(NICE)평가정보로부터 제출받은 '담보건수별 주택담보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37%인 1903만명이 가계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부채총액은 1531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7조원 늘었다. 1인당 부채는 8043만원으로 같은 기간 260만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옥죄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대출규제를 내놨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전달보다 3조6000억원 더 늘었다.

가장 먼저 부실이 우려되는 곳은 대출 취약차주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가 일어나면서 대출 부실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말 기준 대부업 상위 20개사의 연체율은 6.3%로 작년 말 대비 0.9%포인트 올랐다. 특히 60대 이상 남성의 연체율은 9.8%에 달했다. 은행권의 대표적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의 연체율도 작년 말 2.3%에서 지난 6월 말 2.5%로 뛰었다.

금융당국 역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취약계층 대출상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에 공감한다"며 "취약차주 상환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실효성 있게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