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독점 시장에 마스터 이달 15일 등판
경쟁사 수입제품 전략에 현대차 서비스 강화 나서

르노삼성자동차가 오는 15일 르노의 상용밴 '마스터'(사진)를 출시한다. QM3와 클리오, 트위지(전기차)에 이어 프랑스 르노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네 번째 차량이다.

마스터는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인기를 끈 상용차다. 전세계 43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유럽 상용밴 시장에서는 1998년부터 20년간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다. 연간 46만대에 달하는 세일즈 규모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잘 말해준다.

중형 밴 타입의 상용차 모델은 개인 사업 및 중소형 비즈니스 규모 사업자가 타깃이다. 르노삼성이 선보인 사전 제품 홍보자료를 보면 마스터는 성인 3명이 탑승 가능한 실내공간에 수납공간은 15개를 갖췄다. 2.3L 유로6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10.8㎞/L 연비를 인증 받았다. 3년 10만㎞ 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르노삼성은 이달 초 가격을 공개하고 사전계약에 나서면서 초기 시장 반응을 보고 있다. 세부 트림은 마스터 S(스탠더드)와 마스터 L(라지) 두 종류로 가격은 각각 2900만원, 3100만원이다. 르노삼성은 중형 상용차 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공격적인 가격대로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수입산 제품임을 감안하면 나름 경쟁력 있는 가격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관심은 포터, 봉고 등 현대·기아차(28,900550 -1.87%)의 1t 소형트럭과 스타렉스 수요 일부가 마스터로 분산될지 여부다. 대형트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볼보, 스카니아, 만, 벤츠, 이베코 등 수입트럭 메이커가 초강세를 보였으나 소형 상용차는 현대차(116,0002,000 -1.69%)가 독과점 지위를 유지했다. 마스터 출시와 함께 기존 시장에서 대안이 없어 일부 모델로 좁혀진 구매자의 선택이 달라질 것으로 르노삼성은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마스터가 출시되면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며 "최근 현대차의 상용차 상품 서비스 강화 움직임이 그냥 나온 게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불편한 건 현대차다. 물론 수입산 차량으로 한국에 선보이는 만큼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한 현대차가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혼자 팔던 시장에 외부 세력이 들어오면 신경이 쓰이는 건 당연지사. 특히 공개된 마스터 가격이 국산 대비 많이 비싸진 않아 르노삼성의 완성차 서비스망으로 애프터서비스(AS)에 나서면 추후 입소문을 타고 관심을 가질 차주들이 늘어날 여지는 분명 있다.

그래서일까. 현대차는 이달 들어 상용차 부문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현대차가 직접 중고 상용차 품질을 인증해주는 '상용중고차 품질 인증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품질개선 작업을 마친 인증중고차를 대상으로 품질 보증 기준을 제공하고 신차 구매부터 중고차 판매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고객 가치 제고 프로그램이란 설명이다. 상용차 고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신규 금융지원 상품도 내놨다.

문제는 르노삼성이 얼마나 신차 마스터의 상품 기획을 잘하느냐 여부다. 상용차 고객에게 생소한 마스터를 잘 알려야 되는 게 우선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괜찮은 자영업자를 공략할 계획"이라며 "1t 탑차를 이용하는 택배업 종사자들도 마스터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요즘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지난 3년간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쳤던 노동조합은 4년 만에 파업을 벌이고 있다. 마스터는 수입산 차량이어서 부산공장의 생산라인 중단에 영향받지 않는다. 수입 완제품을 갖고 와서 주문이 발생하면 팔면 된다.

물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산공장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올해 3만대 이상 줄었고, 수입산 제품 의존도가 높으면 완성차 기업으로서 제 역할이 부족해질 수 있다. 현대차가 신경을 쓰게 된 만큼 마스터를 선보이는 르노삼성 입장도 즐겁지 만은 않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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