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4주년 - 혁신성장, 성공의 조건

한국은행은 한은법에 물가안정(1조)과 금융안정(2조)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한은 총재는 본래 ‘매파’(통화긴축 옹호)일 수밖에 없다. 박승 전 총재 역시 현직 시절 ‘매파 본색’이었다. 그는 지금 기준금리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더 늦기 전에 올리기 시작할 때가 됐다”고 했다.

박 전 총재는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역전에 대해 “앞으로 미국 금리가 내년쯤 연 3%까지 오를 텐데 우리도 내후년쯤엔 연 3% 이상까지 금리가 올라야 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제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75~2.00%에서 2.00~ 2.25%로 올렸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난해 11월 연 1.5%로 올린 뒤 유지하고 있다. Fed가 12월 추가 인상을 예고한 만큼 한국이 안 올리면 양국 금리차가 1%포인트로 벌어진다.

한은 금융통화위원 가운데선 물가를 금리 인상의 부담요인으로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물가가 1%대로 목표치(2%)에 미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금리를 올리면 디플레와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박 전 총재는 이에 대해 “금리와 물가의 상관관계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고 했다. “중국의 저가 제품이 세계를 뒤덮으면서 저금리에 돈이 풀려도 물가가 올라가지 않는 소위 ‘고성장 저물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옛날 식으로 물가가 안 오른다고 금리를 계속 낮게 유지하면 결국 과잉유동성으로 거품이 커져 어느 땐가 거품이 폭발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래서 터졌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경기 하강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총재는 “중앙은행으로서 전반적인 경기 상황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은 이해한다”며 “지금 당장은 금리 결정에서 가계부채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금리 인상을 미루고 있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올릴 때 발생하는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며 “현재 금리 수준이 성장에 충분히 완화적이란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호랑이 등에 타고 가는 꼴이어서 고통이 따르더라도 지금 금리를 올려 부채 증가 속도에 제동을 걸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은의 ‘금리 인상 실기론’과 관련, “경제가 하도 어려우니까 한은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도 금리가 낮았으니까 그런대로 흘러갔지만 미국이 3%까지 올리는데 우리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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