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보다 5배 많은 서비스업 일자리 유출
규제 양 많고 질도 나빠 국내투자 막혔기 때문
혁신 자극하고 생산성 높일 규제개혁 나서야

김태기 < 단국대 교수·경제학 >

이제는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일까.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정부는 지원한다”는 문재인 대통령 말이 새삼스럽게 들린다. 지난 1년 반 동안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다 기업 때리기 정책으로 정부가 고용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정반대로 미국 등 선진국 정부는 규제를 풀고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정성을 기울였고, 그 결과 사람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고용 상황이 좋아져 금리 인상으로 경기를 진정시키는 상황이 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업 키우기’ 정책은 어느 날 갑자기 한 것이 아니라 좌우를 떠난 국민적 공감대의 산물이었다.

고용 상황은 ‘일자리 대통령’이라는 말을 허언(虛言)으로 만들었다. 고용이 월 30만 명 증가하다가 금년 들어 10만 명으로, 8월에는 3000명 이하로 격감했다. 대통령도 일자리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지만 정부와 여당 움직임에는 절박함이 없다. 고용 악화의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두고 숫자 놀음 대책을 다시 들고나온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평화가 경제’라는 이상한 이야기만 한다. 한국은 평화로웠고 경제도 지금보다 좋았다. 게다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지 기업에는 북한에 투자하라고 한다. 고통에 빠진 기업의 평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본의 해외 유출만 부추긴다.

자본의 해외 유출이라면 제조업과 대기업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한국은 제조업보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서비스업의 자본 유출이 무려 네 배 더 많다. 일자리의 해외 유출도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다섯 배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용 상황이 악화된 이유도 서비스업과 중소기업까지 한국을 떠나는 데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투자 환경이 훨씬 열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서비스업 규제는 제조업 규제보다 네 배 이상 많다고 분석한다. 규제 숫자뿐 아니라 규제의 질 또한 나쁘다.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은 못하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가 아니라 정부가 허용하는 것 빼고 다 못하는 포지티브 규제이기 때문에 창의적인 신(新)서비스업이 등장하기 어렵다.
우리 기업들의 한국 탈출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그래도 2005년 이전까지는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보다 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많았지만, 2006년 이후 역전돼 2007년에는 그 차이가 세 배 정도로 벌어졌다. 노무현 정부의 반(反)기업 정책이 자본을 해외로 떠나게 한 것이다.

이런 추세는 꺾였다가 다시 반전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네 배 정도로 커졌다. 부동산 규제에 따른 주택 가격 폭등이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가계의 학습효과라면 반기업 정책에 따른 자본의 해외 유출은 기업의 학습효과로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규제는 경제 성장의 동력을 죽이고 일자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의 모순을 해결한 나라로 좌파 성향이 강한 프랑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노동 규제가 많기로 악명이 높은데 생산물 시장의 규제만큼은 대폭 완화했다. 규제 개혁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산업과 창의적인 인력을 키우는 데 필수적이어서 좌우에 관계없이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생산성이 프랑스가 미국보다 높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OECD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생산물 시장 규제 개혁 효과가 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고 한다. 자본의 해외 유출을 줄이고 외국 자본의 한국 유입은 늘리며, 또 자본 유입이 혁신을 자극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규제 개혁을 말로만 한다. 특히 서비스업에서 그렇다. 규제 개혁을 해도 기존 시장을 놓고 제 살 깎아먹는 경쟁만 부추기고, 제조업과 성격이 다른 서비스업의 특성을 살리는 핵심 규제는 개혁하지 않는다. 게다가 규제 관리가 불투명한 데다 공무원 재량에 맡겨져 있어 정부 부패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은 지옥과 같은 환경에 놓이게 된다.

규제로 질식 상태에 놓인 한국 기업은 평화가 절실하다. 고용위기 타개 비법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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