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 시대에 많은 사람이 공부를 통해 새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어떻게’다. 공부의 신(神)들이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방법은 참 쉽다.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란다. 이런 고전적인 얘기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의 얘기일 수 있다. 공부를 방해하는 현대의 ‘시간도둑’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희한한 사례가 있다. 하루 10시간 인터넷을 켜두고 중계방송을 하면서 시험 준비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대중적 반응을 얻은 실제 사례다. ‘노잼봇’이라는 이름의 유튜버다. 이 사람의 유튜브는 기존 방송과 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좌절시킨다. ‘책을 편다. 공부한다. 끝.’ 이게 전부인 방송이기 때문이다. 기존 방송의 개념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 동영상이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최근까지 정기구독자 수만 40만 명에 육박한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 ‘핵노잼’ 콘텐츠를 구독하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관심사(공시 준비)를 보유한 사람과 함께한다는 느낌을 공유하기 때문이고(응답자의 63.5%) 기존 미디어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경험, 즉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80.4%).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새로움에 대해 반응하고 보상을 제공한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에 ‘놀라움(새로움)’을 추구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내재해 있다고 주장한다. 현실을 벗어난 데에 즐거움을 느끼는 건 뇌에 새로움에 대한 보상체계(도파민)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튜브가 제공하는 다양한 영상은 개인에게 이런 뇌의 보상체계 때문에 중독성 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유튜브는 이제 ‘습관의 영역’에 들어가고 있다.

여기서 이런 미디어 소비습관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게 하나 있다. 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검색엔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64.3%). 이렇게 되면 하나의 사건을 글이나 이미지로 된 결과물이 아니라 ‘전체 과정(process)’이 들어 있는 결과(동영상)로 확인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별 기사(text)가 아니라 그 사건이 포함된 전체 맥락(context)을 소비자들이 직접 보고 판단(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미디어의 ‘재해석’을 거쳐서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를 직접 보고 각자가 진위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정보 소비의 과정이 일상화되면 정보를 ‘중계’하던 기존 미디어 역할은 전반적인 조정을 요구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미디어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윤덕환 < 마크로밀엠브레인 이사, 《2018 대한민국 트렌드》 대표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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